'수화'의 고향에 들어서는 '위대한 낙서마을'…"신안은 오픈 뮤지엄"
신안군·어반브레이크, 2026년까지 신안 압해읍 일대에 그라피티 작품 선봬
존원·빌스 등 세계적인 작가 참여…첫 작품 선보인 덜크 "많은 영감 얻길"
- 김일창 기자
(신안=뉴스1) 김일창 기자 = 한반도 서남단, 1025개의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추상화가 수화 김환기의 고향인 이곳에 예술적인 '낙서마을'이 조성된다.
장원철 어반브레이크 대표는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압해읍에서 열린 '위대한 낙서마을' 조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 신안군과 어반브레이크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1년 동안의 준비를 거쳐 이번에 첫 작품인 그라피티 작가 덜크(DULK)의 작품을 소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안군은 문화예술로 지역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1섬 1뮤지엄'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26개소를 만드는 이 사업에 총 1440억원이 투입되는데, 어반브레이크가 세계적인 그라피티 작가들과 함께 조성하는 '위대한 낙서마을'도 이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이다.
'낙서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 라인업은 화려하다. 2015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문화예술훈장을 받은 미국 태생의 존원(JonOne)과 자연의 생태를 예술로 표현하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덜크, 드릴로 벽이나 바닥을 파내 음영으로 그라피티를 선보이는 포르투갈 출신의 빌스(Vhils) 등이 대표적이다.
추진 중인 박물관·미술관과 '낙서마을'의 차이는 그라피티인 만큼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단 점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존원은 이와 관련해 "오픈 뮤지엄"(Opne Museum)이라고 강조했다.
그라피티는 일반적으로 도시의 구석진 곳 건물 외벽에 많이 그려졌다. 21세기 들어서면서 하나의 예술로 자리 잡은 그라피티가 도시가 아닌, 한반도 서남단의 인구 3만8000여명의 군(郡) 단위에 하나의 군(群)을 이루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이다.
존원은 "덜크와 빌스처럼 세계적인 작가들이 신안에서 작품 활동을 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연이 굉장히 아름다운 신안에 그라피티 작품이 생기면서 다양한 한국 작가한테도 큰 영감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위대한 낙서마을'은 오는 2026년쯤 완성된다. 그 첫 시작을 끊은 작가는 덜크이다. 그는 동료 2명과 5일 동안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작업한 끝에 신안 압해읍사무소 오른쪽 면에 그라피티 작품을 완성했다.
덜크는 "세계자연유산인 신안 갯벌에 사는 달랑게와 저어새, 쇠제비갈매기 등과 한국 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진행했다"며 "제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영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직접 작품 속 일부 동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원은 오는 6일부터 신안 압해읍의 한 아파트 벽 두 면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빌스는 오는 9월 신안에 방문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안군은 '위대한 낙서마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그라피티 워크숍과 레지던시 프로그램, 멘토링 세션 등 청년 아티스트들이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아울러 그라피티와 연계한 페스티벌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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