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뮤지컬'…성공 위한 비상(飛上) 전략은 [상반기 결산-공연]
영미권 관객 사로잡은 '위대한 개츠비·'마리 퀴리'
전도연·황정민…연극계는 스타 배우 '귀환'으로 '들썩'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2024년 상반기 국내 공연계는 한마디로 '진격의 케이(K)-뮤지컬'이었다.
진격의 선봉장은 한국 제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올봄, 미국 '공연의 성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며 현지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한국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는 영국 대중문화의 중심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공연 중이다.
연극계는 전도연 황정민 등 스타 배우들의 귀환이 화제를 모았다.
◇ "K-뮤지컬 쾌거"…'위대한 개츠비'와 '마리 퀴리'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공연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 의상상 수상자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한국계 무대의상 디자이너 린다 조가 호명됐을 때 국내 공연계는 들썩였다. 한국인이 리드(총괄) 제작자로 나선 뮤지컬이 토니상을 받은 건 브로드웨이 역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주도한 이 작품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개막 전 프리뷰 공연은 16회차 모두 전석(약 1700석 규모) 매진을 기록했다. 또 지난 4월 25일 개막한 이래 9주 연속 주당 100만 달러(약 14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원 밀리언 클럽'을 유지하고 있다.
미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는 성공작의 기준이 주당 매출액 100만 달러다. 즉 '위대한 개츠비'는 내로라하는 뮤지컬들의 각축장에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1일 시작, 오는 7월 28일까지 영국 런던 채링 크로스 극장에서 계속될 '마리 퀴리'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산 창작 뮤지컬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스태프와 배우로 팀을 꾸려 영어로 장기 공연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리 퀴리'의 런던 무대 데뷔 뒤에는 이 뮤지컬의 제작사 라이브 강병원 대표의 노력이 컸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재외한국문화원 등의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체부와 주영한국문화원은 '마리 퀴리'가 성공적으로 공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 행사를 열어 현지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K 뮤지컬 인기, '이것' 덕분…OSMU 전략 필요"
김종헌 성신여대 교수는 K 뮤지컬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K팝 등 한류의 인기가 K 뮤지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지만, 정부와 지자체·민간 단체들의 과감한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며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만큼 뮤지컬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적 지원을 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K 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선 '원 소스 멀티유즈(OSMU)'를 강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원 교수는 "K드라마가 인기를 누리고, K팝이 사랑받고, K 무비가 성공을 거둔 만큼 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져다 뮤지컬 제작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해야 한다"라며 "여러 가지 실험과 도전을 바탕으로 완성도 있는 뮤지컬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스타 배우들 연극 '귀환'…"두렵지만 피가 끓어서"
연극계는 스타 배우의 무대 복귀 소식이 화제가 됐다. 전도연은 사이먼 스톤 연출의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 "두려웠지만 배우로서 피가 끓어 복귀하게 됐다"라는 그는 이 작품에서 재벌 3세 송도영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황정민도 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복귀작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 "무대가 힐링이요, 연극 준비하는 시간이 행복"이라고 밝힌 그는, 오는 7월 13일부터 한 달여간 '욕망의 캐릭터' 맥베스로 변신한다.
유승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장을 낸다. 오는 8월 개막하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주인공 프라이어 역으로 낙점됐다. 고준희도 이 작품에 출연해 무대 신고식을 치른다.
◇ '학전' 폐관…7월, 새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33년 역사의 대학로 '학전 소극장' 폐관 소식은 안타까움을 안겼다. 1991년 3월, 가수 김민기가 개관한 학전은 한국 대중문화사의 큰 일부였다. 30여 년 동안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총 359개의 작품을 기획·제작하며 걸출한 예술가들을 배출해 낸 '배움의 밭'이었다.
학전은 그러나 지난해 10월,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로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전했고, 결국 지난 3월 정식 폐관했다.
학전은 문을 닫았으나 그 정신은 계속된다. 오는 7월 '아르코꿈밭극장'이라는 새 문패를 달고 개관할 예정이다. 수많은 예술인에게 배움의 터전이었던 학전은 이제 어린이들 꿈의 터전으로 다시 태어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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