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걸리버 여행기'서 길을 모색하다"…2024 서울국제도서전 26일 개막

19일 기자간담회
19개국 452개 출판사 참여…서울 삼성동 코엑스 6월 26~31일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 기자간담회 ⓒ 뉴스1 김정한 기자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은 인간이 만들어 내는 '세계의 비참함’'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일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은 "이번 서울도서전은 외부 지원금 없이 치르지만, 새로운 문화에 참여하고 향유하는 주체들이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모습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은 걸리버여행기 속 '후이넘을'를 주제로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다. 이번 도서전에는 19개국 452개 출판사(국내 330개사, 해외 122개사), 작가와 연사 총 185명(국내 151명, 해외 34명)이 참가해 전시와 부대행사, 강연·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450여 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주제로는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네 번째로 여행한 나라 '후이늠'(Houyhnhnm)을 선정했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서울국제도서전은 잘 준비되고 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예년에 비해 규모가 줄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2~3년간은 지구 환경과 미래의 위기 관련 제를 다뤘지만, 이번엔 전쟁 등 재래식 비참함을 해결해 보자는 의미로 걸리버 여행기의 '후이넘'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후이늠은 인간의 어두운 면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침략, 살인, 전쟁 등에서 벗어나 이성적, 상식적으로 완벽한 세계다. 이를 통해 다양한 평화의 가능성을 재고하고,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조나산 스위프트 원작의 '걸리버 여행기'의 3부와 4부를 포함한 '걸리버 유람기'를 쓴 김현수 작가는 "1909년 걸리버 여행기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이후 '다시 쓰기'를 키워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다시 쓰기'란 300년 전 영국의 상황을 풍자한 원작의 의미를 살리면서 우리 상황에 맞춘 작업이다. 예를 들어, 책 내용 속에는 3부에서 걸리버가 라퓨타를 방문하고 일본을 거쳐 본국으로 귀환할 때 '홍길동전'의 율도국을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김 작가는 "300년 전 사람들의 고민이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절망 속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출협 제공)

주일우 대표는 이번 도서전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공모'를 주관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4개 분야에 걸쳐 공모를 진행해 최종 선정된 40권의 책은 도서전 현장에서 특별 전시로 소개된다. 공모 분야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BDK)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BBCK)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BBPK)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BBWK)이다. 대상 격인 '가장 아름다운 책' 1종은 26일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이번 도서전에는 수많은 국내외 작가가 도서전을 방문한다. 소설가 강화길, 김금희, 김애란, 김연수, 김진명, 김초엽, 백수린, 앤드루 포터, 은희경, 정무늬, 천선란, 최진영, 편혜영, 시인 김현, 나태주, 박준, 안희연, 진은영, 작가 금정연, 김원영, 김하나, 박서련, 요조, 이종산, 이훤, 황모과, 황선우, 그림책 작가 김지민, 이명애, 이수지, 황선미, 만화가 OOO, 레아 뮈라비에크,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 그래픽노블 작가 김금숙, 뮤지션 강아솔, 아나운서 임현주, 전 축구선수 이동국, 코미디언 양세형 등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작가들을 도서전 기간 동안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는 2012년 주빈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2년 만에 다시 주빈국으로 참여한다. 더불어 한국과의 수교를 기념하여 오만과 노르웨이가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조명된다.

도서전의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 나누는 주제 강연과 주제 세미나에는 소설가 김연수, 은희경, 생물학자 최재천, 물리학자 김상욱,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그림책 작가 강혜숙, 팔레스타인 분쟁 연구자 정환빈, 사회학자 심보선, 미디어 아티스트 권병준, 인류학자 이희수 등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이 도서전 무대에 설 예정이다.

또한 맨 부커 국제상 수상자인 조카 알하르티 외에도 '가짜 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리드보컬이자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 미셸 자우너, '사라진 것들'의 저자 앤드루 포터, 만화 '신부 이야기'의 작가 모리 카오루, 만화 '던전밥'의 쿠이 료코 등 해외 작가들도 도서전을 찾는다. 노르웨이의 생물학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작가도 내한하여 도서전 현장에서 강연을 진행한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정부 지원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관광체육부(문체부)는 출협이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해외도서전 등 국제 활동은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게 맞는다고 보며 예산 집행을 중단한 상태다. 반면, 출협은 문체부가 국회에서 결정된 국고보조금 예산도 집행을 중단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