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첫 창극 '만신: 페이퍼 샤먼'…"무섭고, 두렵고, 행복해"

'만신: 페이퍼 샤먼', 29일 국립극장서 기자간담회
박칼린 "무속은 치유의 영역…상처받은 영혼 달래주고파"

2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서 열린 국립창극단의 '만신: 페이퍼 샤먼' 기자간담회. 배우 박경민, 연출·극본·음악감독 박칼린,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유은선, 작창보 유태평양, 배우 김우정이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왼쪽부터).(국립극장 제공)

"큰 도전이라 재밌지만, 무섭고 두렵습니다. 엄청난 퍼즐을 맞춰 가고 있는 기분이에요. 지금 심정요? 공포 속 행복감입니다."(웃음)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박칼린(56) 감독은 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만신: 페이퍼 샤먼'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창극 연출을 맡은 심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감독은 그동안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등 100여 편의 작품을 연출했지만, 창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만신: 페이퍼 샤먼'에서 연출·극본·음악감독으로 '1인 3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한국의 무속 문화와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순수 창작극으로, 영험한 힘을 지닌 주인공 '실'을 통해 만신(萬神)의 특별한 삶과 그들의 소명 의식을 다룬다.

1막에선 남들과는 다른 운명을 타고난 '실'이 내림굿을 받아 강신무가 되기까지를, 2막에서는 만신이 된 '실'이 오대륙 샤먼과 함께 각 대륙의 비극과 고통을 굿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박 감독은 어린 시절 토속신앙에 기반을 둔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 부산에 있었어요. 동네에 무속인이 많았고, 굿도 자주 했어요. 저희 집안 내력에도 무속인들이 계셨고요." 그는 이런 환경 덕에 자연스럽게 샤머니즘을 접했다.

박 감독은 앞서 "무속을 치유의 영역으로 본다"며 "굿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침략과 전쟁으로 상처받았고, 지금도 고통받는 모든 생명과 영혼을 달래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작품 제목엔 '페이퍼'가 들어간다. 또 종이를 활용한 무대가 선보이고, 주인공 '실'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종이로 접은 옷을 입는다고 한다. 왜 '종이'인지에 대한 질문에 박 감독은 이같이 답했다.

"무속 하면 한지가 떠오릅니다. 종이는 귀중한 기록 매체이고, 물과 불을 만나면 사라지니 음양의 이치를 드러내죠. 우리가 인생을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요. 종이에 다양한 의미가 다 담겨 있습니다."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는 유태평양은 이 작품에서 작창보로 참여한다. "안숙선 대명창이 만든 작창에 색깔과 옷을 입히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주력하는 점은 캐릭터마다 상징하는 대륙이 다르기 때문에, 국악에 각 대륙의 음악을 접목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인공 '실'에 나란히 캐스팅된 김우정·박경민은 서로가 연기한 '실'의 매력을 치켜세웠다. "'경민의 실'에선 강인함이 묻어나요"(김우정), "우정 씨 별명이 '맑은 눈의 광기'(맑눈광)인데,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실'이 잘 드러나요"(박경민).

'만신: 페이퍼 샤먼'은 오는 6월 26일부터 6월 3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만신: 페이퍼 샤먼' 콘셉트 사진. 주인공 '실' 역을 맡은 김우정(왼쪽)과 박경민.(국립극장 제공)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