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와 바이닐, 미술로 승화한 아날로그 음악 매체

페로탕 서울,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개인전 '스쳐가는 두루미'…6월 29일까지

페로탕 서울서 열리고 있는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개인전 전경.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페로탕 서울은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그레고어 힐데브란트의 개인전 '스쳐가는 두루미'를 오는 6월 29일까지 개최한다.

2016년 페로탕 서울에서 선보인 한국 첫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진행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카세트테이프와 같은 아날로그 음악 저장 매체를 이용한 그의 대표적인 연작과 더불어 다채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바이닐(LP판) 기둥 조각을 포함한 작가의 최근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1957년에 개봉한 러시아 감독 미하일 칼라토조프의 영화 '학은 날아간다'에서 차용했다.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진 젊은 커플이 이른 아침 모스크바의 황량한 거리에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두루미 떼를 보려고 잠시 멈춰 선 두 사람은 때마침 지나가는 청소차가 흩뿌리는 물에 놀라지만 연인의 기운은 꺾이지 않는다.

그레고어 힐데브란트는 이처럼 사랑에 빠진 연인이다. 그는 삶과 예술, 영화, 음악을 사랑하며, 예술을 통해 이런 사랑을 세상과 아낌없이 나눈다.

그래서 음악이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테이프, 레코드와 같은 음향 매체를 작품 창작에 활용할 뿐 아니라 템포, 리듬, 강조, 멈춤, 반복, 운율을 아우르는 음악의 모든 영역을 활용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멜로디는 수백만 번에 걸쳐 되풀이되고, 기억되지만 온전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채로운 색상의 바이닐을 그릇처럼 쌓아 올린 기둥 작품들은 현대 조각의 위대한 고전인 콘스탄틴 브랑쿠시가 만들었던 '끝없는 기둥'에 경의를 표한다.

바이닐의 색상은 작가 파트너의 어머니가 입고 있던 스웨터의 줄무늬 패턴을 모방함으로써 사적인, 거의 내밀한 모티프를 차용한다.

힐데브란트의 작품 제작 과정은 아날로그 필름 사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두 가지 이미지,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를 생성한다. 네거티브와 포지티브의 상호작용은 카세트테이프 선반으로 구성된 두 점의 신작이 다루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페로탕 서울서 열리고 있는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개인전 전경.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