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에두아르 마네의 '나나'와 21세기 세실리 브라운의 '나나'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서 세실리 브라운 한국 첫 개인전…6월 8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은 오는 6월 8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현재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의 국내 첫 개인전 '나나와 다른 이야기들'(Nana and other stories)을 개최한다.
미술사 속 다양한 출처에서 영감을 얻어 섹슈얼리티, 죽음, 권력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는 그는 풍부한 붓 터치, 생생한 색채, 유연한 표현 방식으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 최고의 현대미술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에 나온 일곱 점의 작품은 모두 서울 전시를 위해 2022년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신작이다.
브라운은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열린 본인의 회고전에 낸 작품 가운데 일부를 재조명하고, 기존 작업 방식을 확장함으로써 내면을 탐구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역사적 모티프를 혁신적으로 재해석하는 능력을 확대하고, 본인의 예전 연작과 친숙한 주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브라운은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받아 도발적인 여성 형상을 표현적인 붓놀림, 즉흥성, 물리적인 방식으로 대변되는 제스처 추상과 완벽하게 조화시킨다.
단 한 명의 여성 누드가 돋보이는 작품은 브라운이 자주 다뤄왔던 주제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만, 누드라는 예술적 전통을 다시 쓰고자 했고, 이는 관능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누드라는 주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신작 '나나'(Nana)는 이미 회고전을 통해 소개된 적 있는 '당신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No You for Me, 2013)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에두아르 마네의 1877년 작품 '나나'(Nana)에서 제목을 빌렸는데, 마네의 '나나'는 창부(娼婦) 한 명과 그녀를 기다리는 손님을 묘사해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브라운은 다소 암시적이면서도 강렬한 묘사가 이뤄졌던 본인의 이전 작품 속 인물을 뚜렷한 표정과 윤곽을 지닌 여성으로 변형시켰고, 이렇게 각색된 시각적 언어는 과거의 내러티브를 지배하는 양상이다.
'라벤더의 블루'(Lavender’s Blue, 2023)는 20세기 초 독일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화가 발터 리하르트 지커트 (1860-1942)가 구현한 전통과 차별화된 누드를 참조한다.
브라운은 롤러를 활용한 빠르고 넓은 붓질을 통해 파스텔 톤의 파란색과 보라색을 동시에 칠하면서 윤곽선을 흐리게 만들었는데, 이는 통통한 복숭아처럼 보이는 형상에서 드러나는 회화적인 붓질과 대조를 이룬다.
브라운은 섬세하게 구획되고 더욱 조밀해진 붓질로 익숙한 대상들이 밀집한 실내 풍경에 역동성을 불어 넣는다.
회화라는 행위를 통해 욕망과 권력, 과거와 현재, 구상과 추상 사이의 긴장을 탐구함으로써 흥미로운 시각·주제적 유연성을 드러내며, 이를 통해 예술적 표현이 지닌 반항적 잠재력을 지속해서 강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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