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서 만난 작가 남매, 작품도 미소도 우애도 '온화'
亞 대표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과 버려진 나무의 혼 달래는 윤석구 '뉴 라이프'展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 버려진 나무의 혼을 달래는 작가 윤석구, 남매 사이인 두 작가가 학고재에서 만났다. 학고재는 오는 25일까지 두 작가의 2인전 '뉴 라이프'를 개최한다.
1939년생인 윤석남은 조선시대 전설의 여류작가 허난설헌의 생가에서 깨우침을 얻어, 생가에서 주운 나뭇가지에 조각도로 인물 형상을 새기고 붓으로 그려서 독자적인 조각을 제작했다.
그 작품들은 허난설헌을 불러냈고, 미술계는 찬사를 보냈다. 이후 작가는 어머니와 가족, 여성을 주제로 수많은 드로잉과 회화를 선보였고, 조각을 지속했다.
윤석남은 이번 전시에서 드로잉 작업을 대거 내놨다. 2000년대 초반 그는 일기를 쓰듯, 생각이 나는 대로 드로잉을 하고 그 옆에 때로는 짧게, 때로는 조금 길게 글을 남겼다.
그의 드로잉은 유머와 재치가 넘치고 공감과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직관적인 독해가 가능하다. 묵직한 현실 문제도 그의 드로잉 속에서는 거부감이 없다.
드로잉 속 인물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한 채 떠 있는 것은 예술가의 자세를 의미한다. 작가는 "예술가는 땅에서 20㎝ 정도 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멀어져서는 안 되고요. 그 정도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게 예술가여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동생 윤석구는 1947년생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진혼의 의미로써 이야기를 쓴다. 전통적인 나무 조각을 고수했던 그는 어느 날 조각 재료를 구하다 쓸모 있는 나무는 '작가'에 의해 채택되며, 그렇지 않은 나무는 버려지는 사실을 깨달았다.
곧고 굵게 자라지 않아도 나무이거늘, 가늘고 예쁜 나무만 골라서 도륙하는 것은 예술가의 마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윤석구는 버려진 나무를 작업실에 가져와 가장 화려한 천을 입혔다.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이후 윤석구는 버려진 나무에서 버려진 사물로 시야를 확장했다. 의자와 소파, 유아 자전거 등 폐기물에 화려한 천을 감싸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작업 과정은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 일으키는 생명·생태·환경의 파괴에 대해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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