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경건함…뮤지엄산, 우고 론디노네 국내 최대 개인전
대표작 '수녀와 수도승'부터 지역 어린이 1000명과 함께 한 작품까지
작가 30여년 활동 총망라, '번 투 샤인' 영상作 몰입감↑…9월18일까지
- 김일창 기자
(원주=뉴스1) 김일창 기자 = 뮤지엄산은 오는 9월 18일까지 스위스 태생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을 연다.
이번 전시는 전체가 하나의 포괄적인 작업으로서 작가가 지난 30여 년의 작품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성찰해 온 삶과 자연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이로써 형성되는 인간 존재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작가의 대표작인 '수녀와 수도승'(nuns+monks) 시리즈다. 백남준관에는 4m 높이의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이 원형의 천정으로 내려오는 자연광 아래 중세 시대 성인(聖人)의 엄숙함으로 서 있다.
야외 스톤가든에는 6점의 '수녀와 수도승'이 각각의 모습으로 서 있다. 3m가 넘는 크기의 이 기념비들은 청동으로 주조되었지만, 작은 규모의 석회암 모형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작가는 "돌은 내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재료이자 상징"이라며 "나는 본다는 것이 물리적인 현상인지 혹은 형이상학적인 현상인지에 상관없이 그것이 어떤 느낌이고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조각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한 사람이 바라보는 외부 세계가 그의 내적 자아와 분리될 수 없듯 '수녀와 수도승'은 여러 층위의 의미들이 서로 가깝고 먼 곳에서 진동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이에게 순수한 색채와 형태, 규모에 완전히 몰입하는 감각적 경험과 동시대적 숭고함을 선사한다.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와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달의 나이' 두 작품은 미술관이 있는 원주의 어린이 1000명과 함께 그린 드로잉으로 완성한 참여 작품이다.
작가의 회화 작품인 '매티턱'은 그가 거주하고 작업하는 미국 뉴욕 롱 아일랜드 지역명을 제목으로 삼는 작업으로, 시간의 흐름을 그만의 시적인 감성으로 담아냈다. 일몰과 월출의 풍경을 보색으로 이뤄진 3색의 수채화로 포착하면서, 각 작품의 제목은 날짜로 삼은 것이 인상 깊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 연작은 작가의 사적인 일기이자, 삶의 기록으로 관객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공간에 놓인 푸른색 유리로 주조된 11점의 말 조각 시리즈는 그가 지난 30여 년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탐색해 온 공간, 시간, 그리고 자연의 개념을 상징한다.
영상 '번 투 샤인'은 프랑스계 모로코인 안무가 푸아드 부수프와 협업한 작품이다. 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전통 의식과 현대무용을 결합하고 강렬한 사운드와 신체의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압도적인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는 변화에 대한 욕망을 작품에 담으며 "제목은 존 지오르노의 시 'You Got to Burn to Shine'(빛나기 위해 타오르라)에서 처음 영감을 받았으나 이는 삶과 죽음의 공존에 대한 불교 격언이기도 하며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진 그리스 신화의 불사조를 연상시킨다"며 "순환적으로 부활하고 매번 새롭게 재탄생하는 이 불멸의 새는 태양과 연계되며 전생의 재로부터 다시 태어나 생명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유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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