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미소'에 세계 최고 '고려불화'까지…생애 단 한 번의 관람 기회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속 '금동 관음보살 입상' 관심
7세기 백제 불교 조각의 진수, 日 돌아가면 보기 어려워…6월 16일까지 유료
- 김일창 기자
(용인=뉴스1) 김일창 기자 = 전 세계 불화 중 단연 으뜸은 고려시대 불화이다. 전 세계 불교조각 가운데 백제의 조각은 그 어느 조각보다 단아하게 아름답다. 고려불화와 백제시대 불교 조각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전시가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6월 16일까지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삼국시대인 7세기 중반에 제작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다.
1907년 충남 부여 규암면의 한 절터에서 농부에 의해 두 점이 발견됐는데, 한 점은 현재 국보 제293호로 지정돼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고 나머지 한 점이 바로 이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의사이자 수집가인 이치다 지로에 의해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지난 2020년 그 존재가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서는 환수 운동이 일어났으나, 우리 정부의 42억 원과 소장자 측의 약 150억 원의 환수 금액 차이 때문에 들여오는 데 실패했다.
이 작품이 국내 전시에 출품된 것은 1929년 대구에서 열린 신라예술품전람회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가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셈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2년전 전시 준비 초기부터 이 불상을 빌려오려고 소장자 측과 접촉했다가 막판에 대여가 성사됐다"고 전시 뒷이야기를 전했다.
높이 26.7㎝의 이 작품은 디자인과 제작 기법 등 모든 면에서 걸작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함께 발견된 국보 제293호뿐만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내 사유의방에 전시된 반가사유상 두 점(국보 제78호, 제83호)보다 미소가 아름답다.
자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어깨와 허리, 팔과 다리 등이 모두 조금씩 불균형을 이루면서 현대 톱모델의 포즈 못지않으며, 얼굴부터 발까지 거의 완벽한 비례감에 모습이 안정적이다.
전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의 번뇌와 염원, 공헌을 세계 최초로 본격 조망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모은 불화, 불상, 사경과 나전경함, 자수, 도자기 등 다양하고 귀중한 불교미술 걸작품 92건이 전시장에 나왔다.
한국에서는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 기증품' 9건을 포함, 국립중앙박물관과 불교중앙박물관 등 9개 소장처에서 국보 1건과 보물 10건, 시지정문화재 1건 등 40건이 선보인다.
'금동 관음보살 입상'뿐만 아니라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수월관음도' 등 9건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작품이다.
해외에 흩어져 있던 조선 15세기 불전도 세트의 일부인 '석가탄생도(일본 혼가쿠지)와 '석가출가도'(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것과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석가여래삼존도' 등 47건의 작품을 한국에서 처음 전시하는 것도 이 전시를 꼭 찾아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전시를 담당한 이승혜 큐레이터는 "시대와 지역, 장르의 구분을 벗어나 여성의 염원과 공헌이란 관점에서 불교미술을 조명하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전통미술 속에서 동시대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 관람.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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