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윤석남·김길후에서 시대의 의미를 찾다…학고재 '함(咸)'展
"함께 힘 합쳐 새로운 길 나아가려는 의지 엿보여"…4월 20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미래의 인터넷 세상을 예견하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축하하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들이 학고재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 옆에 동아시아 여성주의 예술의 최고봉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윤석남 작가의 조각과 현자와 함께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길후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다.
학고재는 오는 4월 20일까지 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함(咸): Sentient Beings'을 개최한다.
이진명 학고재 이사는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의미를 묻고자 전시를 기획했다"며 "우리는 2024년을 총천연색으로 보지만 그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다만, 좋은 예술에서 시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남준의 작품은 'W3', '구-일렉트로닉 포인트'(Sfera-Punto Elettronico), '인터넷 드웰러'(Internet Dweller)이 나왔다. 64개의 TV 모니터로 이뤄진 'W3'는 세 개의 W, 즉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을, 64개의 모니터는 64비트를 상징한다. 이 이사는 "인터넷 아이디어를 1974년 세계 최초로 정초한 백남준은 1994년 이 작품을 통해 컴퓨터와 인터넷, 디지털의 세계를 상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는 1989년 냉전이 끝나고, 1990년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을 축하하는 작품이다. 축구공은 지구를 의미하면서 창조적 행위와 예술의 샘터로서의 유희를 상징한다.
윤석남 작가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는 유기견을 조각한 작품이다. 윤 작가는 "버려진 유기견 1025마리를 보살피는 이애신씨의 사연을 신문에서 우연히 본 후 그곳을 직접 찾아갔다"며 "유기견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픈 동시에 이 할머니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것을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윤석남은 오래전부터 생태와 생물권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목받은 우리나라 첫 번째 작가이다.
학고재 본관을 넘어 신관에서도 펼쳐지는 김길후의 작품은 장소의 변화만큼 변화무쌍하다. 본관의 작품들이 고요하고 정적이라면 신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생동감이 넘친다.
그의 예술 화두는 현자와 바른 깨우침의 의미를 표현하는 방법에 자리한다. 그리고 이것을 변화무쌍한 창조성과 실력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이 이사는 "이들의 예술은 함께 힘을 합쳐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의지에서 발화했다"며 "학고재는 세 작가의 예술 역정에서 시대의 의미를 찾는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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