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수집했던 '근대 불교회화' 최초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서 19~20세기 불화·초본 전시…7월21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7월21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19~20세기 불교회화와 초본 총 23건 37점을 선보인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활동한 대표적인 화승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이 중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장했던 불교회화 여러 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근대기 불교회화는 조선시대의 불교회화 제작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아들여 표현 양상이 독특하다.
금강산 유점사에 머무르며 전국적으로 작품을 남긴 고산 축연의 작품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의 등장인물들은 얼굴의 이목구비와 주름, 몸의 양감 표현에서 서양화의 음영법을 사용해 입체감이 돋보인다.
또 '쌍월당 대선사 초상'에서는 그림 안 족자에 자신의 당호 '혜산'(蕙山)을 적어 넣었는데, 전통적인 불화 제작에서 일반 문인화가처럼 개인의 이름을 남긴 것은 흔하지 않다. 이는 축연이 승려 장인이면서도 스스로를 예술 창작 주체로서 인식하고 개성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전시에서는 화승들의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초본이 함께 소개된다. '인물 밑그림'은 마곡사파 화승 금호 약효의 작품으로, 화면 위쪽에 "약효가 초를 내다"라고 적혀 있다. 이 그림은 가는 붓으로 자유롭게 그린 필선을 보여, 일상적인 연습이나 제자에게 그려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꼼꼼하게 그린 초본도 선보인다. '지옥을 다스리는 지장보살 밑그림'은 서울 경국사에서 60여년 간 머무르며 불상과 불화를 조성한 보경 보현의 작품으로, 세부를 그린 후 각 부분에 '백'(白), '황'(黃), '진홍' 등 색을 자세히 적어 이후의 작업에서 참고할 수 있게 했다.
이 초본은 1917년에 조성된 '지장암 자수지장보살도'와 화면 크기 및 구성이 동일해 자수 불화의 초본으로 그려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중 최초로 공개되는 불교회화에는 '제석천'과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 등이 포함됐다.
'제석천'은 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가 1843년에 그린 것이고,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은 파도 속에서 솟아오른 바위에 편안히 앉아 있는 수월관음의 모습을 1854년 전라도 지방에서 활동한 도순이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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