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현대화·세계화 이끈 소산의 미학…박대성 '소산비경'展

가나아트센터서 3월24일까지

박대성 화백이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개인전 '소산비경'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2024.2.2/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 News1 김일창 기자
박대성 화백 개인전 '소산비경'이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3월24일까지 열린다. 2024.2.2/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 News1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그림은 작가를 닮는다. 소산(小山)의 그림이 꼭 그렇다. 일평생 일군 수묵화의 비경(祕境)만큼이나 작가의 아우라도 불을 뿜는다. 한겨울 조용히 내리는 눈발이 모든 것을 잠재우듯 그와 그의 그림 모두 단단한 힘이 넘친다.

가나아트는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오는 3월24일까지 박대성 화백의 해외 순회 기념전 '소산비경'(小山祕境, Sublime Beauty of Sosan)을 개최한다.

1945년생으로 여든을 바라보는 박 화백은 한국 산수화의 거장으로 통한다. 해외에서도 그의 면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2022년과 2023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과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찰스왕센터, 메리 워싱턴 대학교 등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특히 김성림 다트머스대 교수의 주관 하에 네 개의 대학이 전시와 연계해 도록을 발간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평론집 형식의 도록은 한국화 작가를 미술사적으로 비교 분석한 최초의 영문 연구서이다. 가나아트는 이 도록이 향후 박 화백의 해외 활동과 한국화 연구에 좋은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 스톰버그 후드미술관장은 박 화백의 작업에 대해 "한국 미술의 과거와 동시대 미학을 융합한다"라며 "박대성의 필법과 소재, 그리고 재료는 전통적이나, 동시에 그의 색채사용, 작품의 크기와 구성은 현대적"이라고 평했다.

이같은 평가는 하루아침에 이룩한 것이 아니다. 그는 정규 교육 없이 산수화에 입문해 끊임없는 수련과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끝에 산수화의 경지에 도달했다. 기성 동양화론뿐 아니라 서양 미술이론도 섭렵한 그다.

박 화백은 "히말라야부터 실크로드까지 전 세계를 여행하고 마침내 뉴욕 소호에서 1년을 보내면서 현대 미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그때 하나의 작품에 여러 양식과 기법을 적용하고 싶어졌는데 붓을 다루는 것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한 작품에 다양한 기법을 쓰는 것, 그것이 내가 작품을 현대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1995년 한국으로 돌아와 경주에 정착한 박 화백은 2022년작 '신라몽유도'에서 이런 기법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경주를 대표하는 유적들이 비례가 맞지 않을 정도의 큰 크기로 강조되어 있고, 한 데 모여 있으며, 실제 남산(南山)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산맥이 단순화 혹은 왜곡되어 있다.

이는 불적지(佛蹟地)가 많은 남산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택한 방법으로 대상의 재현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을 통해 특정한 발언을 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 밖에도 박 화백은 작업실이 있는 경주 삼릉의 풍경이나 경복궁 같은 일상의 소재에 과감한 소산양식을 더해 '삼릉비경'(2017), '경복궁 돌담길'(2024)과 같은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박 화백은 이번 순회전에 대해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라며 "일평생 '보이지 않는 뿌리'를 찾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 진정성을 느낀 것이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박대성 화백의 개인전 '소산비경'이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3월24일까지 열린다. 2024.2.2/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 News1 김일창 기자
박대성, 신라몽유도, 2022, Ink on paper, 197.4 x 295.3cm, 77.7 x 116.3in. 가나아트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