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여성조각가 김윤신,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참여

한국 1세대 여성조각가인 김윤신 작가가 국제갤러리·리만머핀과 공동 전속 계약을 맺었다. 국제갤러리 제공. ⓒ News1 김일창 기자
한국 1세대 여성조각가인 김윤신 작가가 국제갤러리·리만머핀과 공동 전속 계약을 맺었다. 국제갤러리 제공. ⓒ News1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이 오는 4월20일부터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일대에서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본전시에 참가한다.

김윤신이 소속한 국제갤러리는 1일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 예술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의 초청을 받아 김 작가가 본전시에 참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포리너스 에브리웨어'(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다.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의미로 이탈리아 팔레르모에 기반을 둔 예술가 컬렉티브 클레어 폰테인의 동명 조각 연작에서 기인한다.

동일한 의미의 문구가 세계 각국의 언어와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된 이 네온 조각 연작은 오늘날 팽배한 외국인 혐오 현상과 개인이 이방인으로 느끼는 소외감을 환기한다.

이는 2000년대초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맞서 싸운 단체 '스트라니에리 오분케'(Stranieri Ovunque)의 이름을 차용한 문구로, 문자 그대로 우리는 어디를 가든 외국인을 만날 것이며, 나아가 우리 역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한다.

아드리아노 페드로사는 "오늘날 성 정체성으로 박해받고 소외되는 퀴어 예술가, 독학으로 작업 활동을 시작한 예술가와 민속 예술가 등 미술계의 변방에서 겉도는 인물들, 그리고 모국의 땅에서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토착 예술가 등의 실천을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김윤신은 베니스비엔날레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지금의 북한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은 1984년 아르헨티나의 탁 트인 대지와 굵고 단단한 나무에 매료되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주해 이를 거점으로 활동해 왔고, 이후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머물며 각 지역의 고유한 재료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갔다.

현재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윤신은 두 땅에서 모두 영원한 이방인을 자처하는 예술가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나무와 돌 등의 자연재료가 지닌 본래의 속성을 온전히 강조해 온 김윤신은 197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작업세계를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라는 주제로 포괄하고, 각각의 조각 작품 역시 같은 제목으로 일관되게 칭하고 있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라는 뜻을 지닌 이 연작은 나무에 자신의 정신을 더하고 공간을 나누어 가며 온전한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는 조각의 과정을 상징한다.

최근 작가는 국제갤러리 및 리만머핀과 함께 공동 소속 계약을 체결, 60여년 예술 인생 처음으로 주요한 상업 갤러리와의 협업을 시작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