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아니하고 없지도 아니한…박석원 '비유비공'展
더페이지갤러리서 2월24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더페이지갤러리는 오는 2월24일까지 한국 추상조각을 대표하는 박석원 작가의 개인전 '비유비공'(非有非空)을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은 박석원의 1980년대 전후로 시작된 '적의'(積意) 시리즈를 중심으로 조각뿐만 아니라 평면작업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비유비공'은 모든 법의 실상은 있지도 아니하고 없지도 아니한 유(有)와 무(無)의 중도라는 뜻으로,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박석원의 조각적 태도와 맞물려있다.
1980년대 전후로 시작된 '적의' 시리즈는 주로 들이나 스테인리스, 나무를 기하학적으로 절단하고 다시 쌓아 올리는 '축적'의 행위가 조각 전면에 나타난다.
조각은 근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 미학이라고 언급한 박석원은 자연의 모습을 구현하는 전통 조각의 관습에서 벗어나 '절단'과 '축적'이라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재료 그 자체의 물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한국 추상조각의 흐름을 구축했다.
어떤 재현적인 요소도 완전히 차단한 채 더없이 단순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그의 기하학 조각은 재료 본연의 물성과 구조를 강조하며 이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더 나아가 실존의 문제에 도달한다.
한국의 돌탑이 지닌 조형적인 특성을 현대 추상조각으로 연결 지어 한국적인 추상조각의 방향을 모색한 그의 의지는 한지라는 소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축적과 반복의 개념이 조각뿐만 아니라 그의 평면 작업으로 확장하는데, 기하학적 형태로 절단된 한지가 수평 수직으로 중첩된 그의 평면 작업은 한지가 어떤 구체적인 형상을 나타내기 위한 매개체가 아닌 그 자체의 물성을 강조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단순한 형태의 반복은 서구 미니멀리즘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산업재료가 아닌 전통적인 조각 재료를 통해 그 자체의 물성이 드러나며, 자연의 모습을 수용하는 태도에서 박석원은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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