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톱·끌 하나로 통나무에 숨결을…조각가 김세일 '또 하나의 몸'展

김종영미술관서 24년 1월14일까지

김세일 개인전 '김세일, 또 하나의 몸' 전경. 김종영미술관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김종영미술관은 오는 2024년 1월14일까지 김세일 작가의 개인전 '김세일, 또 하나의 몸'을 개최한다.

김세일은 초기 나무 깎기에 매진해 '나무조각가'로 불렸다. 그가 나무 조각에 매진하던 1990년대 한국 미술계는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에 기반한 탈장르, 설치미술을 탐닉하며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주력했던 시기다.

이런 시대 김세일이 나무 깎기에 매진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나무 조각에 열정을 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열정은 약 2m 50cm가 되는 통나무를 오로지 손 톱과 끌만으로 완성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조각 재료 중 나무는 그 어느 재료보다도 물성을 숙지해서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나무 조각을 통해 그의 성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김세일이 어느 순간 나무 조각을 접고 스카치테이프를 재료로 인체 형상을 만든다.

나무작품과 어느 정도 형상이 비슷했으나, 반투명하고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재료기 때문에 나무 조각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작가의 노고와 중량감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반(反) 조각적인 의외의 작품들이 나왔다.

이쯤 김세일은 철사를 엮어 '불가촉'(不可觸, untouchable) 연작을 시작했다. 사람 형상이 사라지고 철사를 엮고, 꽈서 다양한 형태로 입체 그물이 작품이다. 가장 큰 작품은 부피가 5x5x1.7m가 될 정도였으나, 무게감은 느낄 수 없었고 형체는 아련했다.

김세일은 지난 개인전인 'X-mass'부터 점토를 재료로 다시 사람을 소재로 작업했다. 최신작은 석고로 직조해 사람을 만들었다. 이 작품 형태는 초기 나무를 깎아 만든 작품들과 비슷하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데 근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신작과 함께 이전 주요 작품들이 선보인다.

따라서 김세일이 그동안 '무엇을' 이해하고자 했는지, 이를 토대로 그에게 조각은 무엇인지 추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세일, blue, 투명막+철사, 2008. 김종영미술관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