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크롭, 생경한 앵글, 줌인…카딘카 램프 '마이 프레임 유어 프레임'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24년 1월10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과감하게 상반신을 생략하거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침전한 분위기의 얼굴, 수평으로 배치한 지그시 눈을 감은 얼굴, 하얀색 이불을 덮은 흑인 등 마치 현대사진을 보는 듯한 인물화들이 갤러리에 펼쳐진다.
리안갤러리 서울은 오는 2024년 1월10일까지 네덜란드 작가 카틴카 램프(Katinka Lampe)의 개인전 '마이 프레임 유어 프레임'(My Frame Your Frame)을 선보인다.
그의 회화 작업은 렘브란트, 베르메이르, 할스 등 네덜란드 출신 위대한 초상화가와의 연관 속에서 이해되는 경향이 있지만, 한 겹 벗겨보면 프랑스 인상주의자와 닮은 부분이 더 많다는 평가다.
미술사가 곰브리치의 지적처럼 19세기 프랑스 화가들은 카메라를 통해 '예기치 않은 각도'랄지, '우연한 광경'의 매력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램프의 회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과감한 프레이밍의 대가인 에드가 드가를 떠올릴 수 있다.
전시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프레임'이란 단어의 반복이다. 프레임이란 하나의 강력한 제안, 혹은 제약이다. 프레임은 우리의 보는 방식을 조건 짓는다.
특정한 대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볼 것을 강제한다. 램프 회화의 특성인 과감한 크롭(잘라내기), 생경한 앵글, 줌인, 실제보다 큰 재현 등은 모두 프레이밍을 수행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램프는 자신의 회화가 '사진 기반'(photography-based) 작업임을 숨기지 않는다.
유화 작업의 기반 자체가 사진이라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는 붓을 들기에 앞서 모델과 소품, 조명을 동원해 장면을 구성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 과정에서 '크롭'이 이뤄지고, 앵글이 결정되면 프레이밍은 완성된다.
램프의 작업이 어느 정도 사진인 이유이다. 아울러 가급적 서사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의도에도 작품에서 어떤 '정황'에 대한 강한 암시를 받을 수 있다.
사진을 유화로 옮기는 램프의 더디고 노동집약적인 작업은 분명 자동화가 가능해 보이지만, 예술을 매개로 한 모든 유의미한 진술은 충분한 시간을 요구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한껏 드러낸다.
램프는 스헤르토헨보스 미술 디자인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현재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네덜란드 현대미술의 감성을 잇고 있는 그는 초상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램프의 작품은 구성적인 요소를 없애고 젊은 모델들의 얼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ic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