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복잡다단한 감정 속으로…오스틴 리 국내 첫 개인전
롯데뮤지엄서 12월31일까지…다카시 "어떤 신비로움 가진 오스틴 리"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롯데뮤지엄은 오는 12월31일까지 오스틴 리의 국내 첫 개인전 '패싱타임'(Passing Time)을 개최한다.
오스틴 리는 기존 회화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시각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는 "어떤 신비로움을 갖고 있다. 그가 아티스트가 되기 전 권투선수였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그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 시대 경험한 복잡다단한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여행'으로 기획됐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감정을 주제로 한 회화, 조각, 영상 등 작품 50여 점이 선보인다.
그는 디지털 드로잉을 활용해 이미지를 구상하고, 이를 캔버스에 에어브러시로 그리거나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조각으로 형상화한다. 디지털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작품들은 기쁨과 슬픔, 사랑, 불안 등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시장 끝 온통 파란색으로 덮인 공간에서 마주하는 작품 '파운틴'(Fountain)은 양팔을 벌리고 바닥에 누워 있는 인물이 입에서 물을 뿜어내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선보이는 이 작품은 물이 가진 속성으로 구상을 시작해 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춤을 추듯 흘러가는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되는 시간을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크라이 베이비'(Cry Baby)는 복싱 경기에서 패배한 한 복서가 경기장 줄에 위태롭게 기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고등학생 시절 복싱 체육관에서 일하며 아마추어 경기에도 참여했던 작가는 복싱과 페인팅 사이에 정신적이고도 철학적인 차원의 유사점이 있다고 믿고 이를 작품으로 승화한다.
이 작품은 경기에서 승리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눈물로 가득 채워진 물웅덩이에서 허우적대는 패배자의 모습처럼 보이는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담고 있다.
작가는 슬픔과 좌절을 겪은 사람만이 진정한 기쁨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스틴 리는 거장들의 명화를 차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데, 작품 '조이'(Joy)는 앙리 마티스의 '댄스'를 떠올리게 한다.
핑크와 파랑, 초록의 강렬한 색감들과 함께 간결하게 처리된 춤추는 인물들의 형상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원작을 더 잘 이해하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작가가 새롭게 제작한 '플라워 힐'(Flower Hill)은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운 감정과 다가오는 새해의 시작을 맞이하는 설렘을 모두 담은 작품이다.
세 개의 화면으로 이뤄진 영상에는 눈, 코, 입이 있는 꽃들이 언덕 위를 가득 채운다. 마치 인간과 같은 인상을 주는 꽃들은 수줍은 모습으로 익살스럽게 춤을 추며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유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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