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를 다한 사물, 그 이후의 세계…보안1942 '은밀한 선택'展

10월15일까지…박예나·박윤주·백연수·장한나 작가 참여

박예나,_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_, 2022, 필름 뷰어, 필름 릴, 인체 계측도, 60-9 (보안1942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사물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사물의 고유한 존재가치를 찾아보는 전시 '은밀한 선택'이 오는 10월15일까지 보안1942(서울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린다.

지난 15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인간과 사물 사이에 함께한 시간과 그로부터 비롯한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에 주목했다.

인간의 기억과 사고에 따라 사물의 존재 가치는 불규칙적으로 변하지만, 때로는 우연한 인식으로 인해 새로운 존재로 다가오며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양가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객체의 힘과 무게를 인식하고 상호작용해 존재가치를 제고시킨다. 이런 구조는 인간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사물과 일방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이 사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도구로서의 가치를 발생시키고 존재적 의미를 유지할 수 있지만, 다수가 인간과 단기적 관계로 얽혀있어 자연스러운 망각으로 이어지고 실제와 기억 속에서 모두 대량 소멸되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사물이 쓸모를 다한 이후의 세계가 존재함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물은 우리의 기억에서 흐려질 뿐 그 객체의 세계에서는 아직 존재하며 인간이 아닌 또 다른 무언가와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박예나, 박윤주, 백연수, 장한나 네 명의 작가는 우리 주변에 눈에 띄지 않게 존재하며 목소리를 내 온 사물들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그들이 지닌 시간과 경험을 보여준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