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국제갤러리 한옥을 깨우다…'동면 한옥'展
한옥 공간, 전시장으로 본격적 활용…10월8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제갤러리는 오는 10월8일까지 양혜규 작가의 프레젠테이션 '동면 한옥'을 진행한다.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서 선보이는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본격적인 전시장으로서의 출발을 맞이하기 전 유보적 휴면 상태에 있는 본 공간의 상태를 적극 반영한다.
지난 2006년 8월 작가는 인천의 한 민가에서 국내 첫 개인전 '사동 30번지'를 선보였다.
인천이라는 서울의 위성도시, 그 중에서도 서해 연안 부두에 인접한 사동의 한 폐가에서 열린 전시였다. 수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이곳은 주변에서 내다 버린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고, 전기와 수도도 끊긴 지 오래였다.
당시 작품이라 하기에 미미한 요소들이 곳곳에 설치된 이 전시를 위해 작가는 '청소한다'와 '전기를 연결한다'는 두 가지를 수행한다.
청소와 전기 문제가 해결되자 작가는 드디어 '유령 같은' 삶을 상징하는 장치들을 삽입하기 시작했다. 깨진 거울, 조명기기, 벽걸이 시계, 종이접기로 만든 오브제, 형광 안료 등의 미미한 장치가 주인공이었다.
이 전시에 처음 등장한 빨래 건조대와 의류 행거는 이후 작가의 조각을 표상하는 대표적인 오브제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비미술적인 재료와 낯선 오브제 여럿이 집 곳곳에 배치되자 생소하다 못해 매우 낯선 환경을 조성하는 형국이었다.
확립되지 않은 여러 요소가 성긴 구성을 이루었던 '사동 30번지'에 비해 '동면 한옥'은 상대적으로 정립된 환경 속 보다 어엿한 작품의 형태를 갖춘 작업을 선보인다.
하지만 천장 조명을 마다하고, 야간에도 손전등을 의존하는 전시의 연출 방식은 어딘가 모르게 '사동 30번지'를 연상시킨다.
장소성은 물론 시공 중인 한옥이라는 이 장소가 지닌 고유한 시간성은 켜켜이 쌓인 시간들과 더불어 과도기적 연상을 자아낸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작가는 제목의 '동면'이 주는 느낌을 전시 연출의 주된 방법론으로 채택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객을 가장 먼저 자극하는 것은 여러 한약재 냄새와 점점이 흩어져 있는 전기 양초들이다.
한옥의 어느 구석에는 조각이 방치된 듯 바닥에 늘어져 있고, 또 다른 구석에는 저장용 항아리나 가마니처럼 조각 작업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작가는 전시장의 건축 혹은 위치성이 비단 깔끔하게 정리되어 작업을 진열할 수 있는 중성적인 장소 이상, 즉 곳곳에 배치되는 작품을 통해 고유한 장소성과 시간성을 품을 수 있는 여지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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