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존재가 연결되고 관계 맺는 풍경…'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展
리움미술관, 7일부터 12월31일까지 강서경 최대 규모 미술관 전시 개최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리움미술관은 오는 7일부터 12월31일까지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Suki Seokyeong Kang: Willow Drum Oriole)를 개최한다. 항암 치료를 받고 있지만 작가가 품은 작품과 미술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초기 대표작에서 발전된 작업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된 신작에 이르기까지 총 130여점이 출품되며, 리움미술관의 M2 전시장과 로비를 활용해 시간의 흐름 가운데 변화하는 자연과 그 속에 함께하는 개인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거대하지만 섬세한 풍경을 펼쳐낸다.
동양화를 전공한 강서경은 전통 회화와 음악, 무용, 건축 등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연구를 보여주면서도 이런 전통을 동시대 예술 언어와 사회문화적 문맥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며 매체, 형식, 시대의 구분을 뛰어넘는 조형적, 개념적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회화란 "눈에 보이는 사각형과 보이지 않는 사각 공간을 인지하고,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를 고민하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강서경은 그리는 행위의 기본틀인 사각 형태의 프레임을 전통에서 발견한 개념 및 미학과 연계해 회화라는 매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확장하는 기제로 활용해왔다.
초기작 '정井'은 조선시대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우물 정(井)'자 모양의 사각틀에서 착안한 것이다. 음의 길이와 높이를 표기해 넣은 정간을 소리와 움직임, 시간과 서사를 담아내는 개념적 틀로 차용하고 재해석한 연작이다.
그의 회화작업을 가리키는 '모라'(Mora)란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로, 작가의 작업에서는 시간을 담고 서사를 쌓아 올리는 단위이자 작품을 지칭한다.
그는 전통 한국화의 방식대로 장지나 비단을 수평으로 펼친 채 그림을 그리는데 농담을 달리하는 먹과 색을 겹겹이 스미게 하여 반투명한 물감층의 흔적을 쌓아 올린다.
이렇게 제작된 '모라'는 탑처럼 쌓여 3차원 조각처럼 전시되기도 하고, '정井'의 프레임과 결합되어 다양한 변형태로 제시되기도 한다.
'자리' 연작은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에서 춤을 추는 공간의 경계를 규정하는 화문석에서 착안됐다.
한 개인에게 무대가 되기도 하고 경계선이 되기도 하는 화문석을 '자리'라는 공간 개념으로 치환해 사회 속 개인의 영역을 고찰하고, 회화 매체를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하는 조형적 기제로 활용한다.
이번 전시는 강서경의 최대 규모 미술관 전시로, 이런 주요 개념을 담은 '정井', '모라', '자리'뿐 아니라 개인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그랜드마더타워', '좁은 초원', '둥근 유랑' 등 기존 연작에서 발전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더불어 '산'과 '귀', '아워스', '기둥', '바닥'과 같이 한층 다변화된 형식의 새로운 조각 설치 및 영상을 포함해 강서경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전시 제목이자 신작 영상의 제목인 '버들 북 꾀꼬리'는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의 '버들은'을 참조한 것으로 마치 실을 짜듯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풍경의 직조로 읽어내던 선인들의 비유를 가져온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가 3차원으로 펼쳐져 공감각적으로 공명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사계를 담은 산, 바닥과 벽으로 펼쳐지는 낮과 밤, 공중에 매달린 커다란 귀, 작지만 풍성한 초원과 제 자리를 맴도는 둥근 유랑, 그리고 각자의 자리를 만들고 전시의 보이지 않는 틀이 되는 다양한 사각이 함께 한다.
로비의 대형 미디어월에서 펼쳐지는 '버들 북 꾀꼬리'는 전시 공간에 펼쳐진 작업들을 스크린 속으로 가져와 움직임과 소리를 더하고, 이를 긴장과 자유가 균형점을 찾아가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강서경은 사회 속 개인에게 허락된 자리, 나와 함께 사는 다른 이들의 존재, 그들의 움직임이 인지되고 더불어 관계 맺는 '진정한 풍경'(眞景)을 늘 고민해왔다.
곽준영 리움 전시기획실장은 "강서경 작가의 이번 전시는 미술관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헤쳐 모인 각각의 작품들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연대의 서사를 펼친다"며 "작가는 이를 통해 나, 너, 우리가 불균형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율하며 온전한 서로를 이뤄가는 장(場)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유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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