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막' 감정의 극단 그러나 '결국'…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7년만에 韓서 개인전 여는 카푸어…국제갤러리서 10월22일까지

[국제갤러리] 아니쉬 카푸어_Tongue ⓒ Anish Kapoor. All rights reserved DACS/SACK, 2023 사진: Dave Morgan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하나의 '기괴함'이 여러 갈래로 퍼져나간다. 극단적인 징그러움부터, 극단적인 차분함까지,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감정의 층위까지 눈과 마음을 파고들어 몸속 어딘가로 안착하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관람객에게 찌르는 작가는 "핵심은 무엇이 물질적이며 무엇이 그 물질을 초월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10월22일까지 아니쉬 카푸어의 개인전을 서울점 전관에서 선보인다.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전시이자, 국제갤러리에서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갤러리는 K3관→K2관→K1 바깥쪽→K1 안쪽으로 기자들을 안내했다. 작품을 통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고 싶다면 이 순서대로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첫 번째 장소에서는 거대한 조각 네 점과 마주한다. 흡사 색을 입은 거대한 암석이 걸려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만 조각 작품이다. 작품을 둘러보면 화산에서 분출한 거대한 용암의 잔해 같기도, 인간의 내장 중 하나를 크게 확대해 현실화한 느낌을 받는다. 이들 작품 가운데 '그림자'(Shadow)와 '섭취'(Ingret)는 작가 작업의 맥락과 영감의 원천을 가리킨다고 한다.

K2에서는 전시 전반에 펼쳐지는 작가의 문법을 한데 농축해 놓은 회화 작품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유혈이 낭자한 어느 살인사건 현장이나 여성성을 상징하는 듯한 끈적하고 두꺼운 빨간색,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온 '무언가'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엄청난 무력에 의해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흐려진 물질의 존재를 감각하게 한다.

폭발적인 에너지는 K1 바깥쪽 공간에 마련된 과슈 작품에서 힘을 뺀다. 작은 종이 작품들은 캔버스 위에서와 마찬가지의 시각적 혼돈 안에 문 내지는 창문을 암시하는 어떤 빈 공간 영역을 묘사한다. 창에 대한 기하학적 환영은 카푸어가 조각 및 회화 작업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장치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공간인 K1 안쪽에서 마주한다. K2와 정반대 성격의 작품들, 빛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마저 흡수하는 '반타 블랙'으로 덮힌 조각 앞에서 관람객은 자신의 심신마저 흡수당하는 느낌이다.

카푸어가 사용권을 취득해 '카푸어 블랙'이라고도 불리는 반타 블랙을 사용해 만든 그의 검정 작품 연작은 극도로 차분하지만, 회화의 날 선 빨강 못지않게 잔혹하다. 현존과 부재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은 그의 작업의 핵심 주제다. 자신이 다루는 물질의 한계에 도전함으로써 그는 그 물질의 창출 및 파괴를 동시에 고찰하고, 나아가 관람자의 신체적 감각을 시험해 지극히 자극적이고도 시적인 '사이의'(in-between) 상태를 포착해 낸다.

카푸어는 1954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런던과 베니스에 거주 및 활동하고 있다. 1990년 제44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영국 대표 작가로 참여해 'Void Field'(1989)를 선보이며 프리미오 듀밀라(Premio Duemila)를 수상했고, 이듬해 영국의 권위 있는 예술상인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를 받았다.

국제갤러리 3관(K3)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Anish Kapoor》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1관(K1)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Anish Kapoor》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