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라 '페어링' 윤미류 '방화광'…SeMA 창고서 동시 개최
2023년 '신진 미술인 지원 프로그램' 선정 작가…24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2023년 '신진 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박미라 작가의 '페어링'과 윤미류 작가의 '방화광' 전시를 오는 24일까지 SeMA 창고에서 개최한다.
박미라의 개인전은 공간과 공간을 잇고, 이야기와 이야기를 중첩시키며 가상과 실재 사이의 연결(페어링)을 시도한다.
박미라는 흑백 드로잉을 주 매체로, 화면 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서사구조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히 '짝을 이룬다'는 개념의 페어링을 넘어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 연결,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다.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멍과 문, 뚫린 창문과 같은 요소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야기의 전환을 상징하며 호기심과 설렘, 공포 등의 감정을 담고 있다.
연극적 구조를 지속적으로 실험해온 작가는 연극에서 현실과 무대 위 가상세계를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의미하는 '제4의 벽'(fourth wall)의 개념을 자신의 작품 표면에 상정하고 화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아이콘들을 화면 밖으로 이동시켜 새로운 공간과 이야기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윤미류의 '방화광'(Pyromaniac)은 구체적 인물에서 포착한 단서를 바탕으로 다양한 허구적 캐릭터들을 설정해 회화로 펼쳐보임으로써 낯익은 대상이 환기하는 사적이고 추상적인 감각을 드러내는 방법을 모색한다.
작가는 인물을 그린다는 것에 요구되는 조건에 주목한다. 마치 '방화광'이 종잇조각에 작게 불을 붙여 큰불을 피우듯, 실제 인물에게서 발견한 작은 단서에 상상의 불씨를 피워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고, 그 안에서 모델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만드는 내러티브로 허구적 이미지를 구축한다.
작가에게 실제의 인물은 작가의 감각을 자극하는 매개체이자, 창조된 서사를 시각화하는 매개체로 그는 이들을 통해 전통적 매체인 회화에서 새로운 서사 형식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전시명과 다르게 전시에서는 '불'과 관련한 어떤 이미지도 찾아볼 수 없다. 방화광은 '방화벽'(放火癖)이라는 특질을 가진 캐릭터처럼 허구적으로 다양한 속성이 부여된 그림 속 인물이면서 동시에 '사건의 타임라인 속 하이라이트 장면보다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순간'을 찾아 헤매는 작가 자신을 가리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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