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옛추상과 요즘 추상…추상 1세대·신세대 학고재서 만났다
이상욱 화백 100주년 기념, 주요 회화 작품 48점 선보여
김세은·유리, 불가해한 현상의 회화화…모두 7월29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김환기·곽민식과 함께 한국 추상미술을 개척한 이상욱 화백(1923~1988)과 동시대 추상을 구현하는 젊은 작가 김세은(34)·유리(29) 작가가 학고재에서 만났다.
학고재는 오는 7월29일까지 이 화백의 개인전 'The Centenary'를 본관에서, 같은 기간 김세은·유리 작가의 'Lucid Mystery/Dark Clarity' 2인전을 신관에서 연다.
이 화백의 개인전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그의 회화 작품 중 중요한 작품 48점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1960년대 밀려왔던 서구사조의 거대한 물결을 받아들이면서도 우리의 정서를 십분 발휘해 한국적 서정 추상주의 및 서체적 추상을 개척한 이 화백의 위상을 다시 조명한다.
이 화백은 일필휘지를 바탕으로 한 서체적 추상과 서정적 기하추상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특유의 추상 세계를 확립했다.
발묵효과나 여백효과를 가장 미학적으로 구축한 이 화백은 일필휘지의 즉흥적인 서체도 화면 전체를 강박적으로 채우지 않았다. 선과 색, 물질성과 투명성, 긴장과 이완의 리듬, 마티에르의 중첩된 질감, 그 속을 가로지르는 질주하는 필력은 그의 그림을 새로운 영역의 추상으로 전환시킨다.
이 화백은 어느 한쪽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고 양가적 속성을 역이용하는 회화의 방법론을 채택함으로써, 한국 추상의 새로운 미술사적 흔적과 궤적을 만들었다.
이 화백은 함경남도 함흥 출생으로 일본 도쿄 가와바타 화숙에서 수학하고, 단국대 정법과를 졸업했다.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제2대 회장과 동아미술제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1997년 일민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개최했다.
김세은과 유리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불가해한 현상을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김세은은 근경과 원경을 하나로 합치고 과거와 현재 풍경의 시간차를 하나로 합치거나 비우고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서 영원한 것 없이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새로운 시각언어로 발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회화사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형식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이는 영원히 생성되고 소멸되다 다시 그 과정을 영원히 거듭하는 자연과 인간의 섭리를 회화적 요소로 재구축하는 것이다. 쌓고 허물며, 흘리고 다시 쌓고 뭉개는 과정으로 우리의 도시, 문화를 추상적으로 재구성하는 식이다.
유리는 언어로 채울 수 없는 '언어'를 다룬다. 이를테면 작품 '아주 느슨한 시'는 어느 방 안의 풍경화이기도, 누군가를 그린 인물화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도 지칭할 수 없는 추상적 시를 연상시킨다.
상부의 형언할 수 없는 색의 격자무늬의 벽 앞에 도저히 언어로 지칭할 수 없는 사물들이 흩어져 있고, 인체의 발은 누군가의 신체에서 떨어져 나온 발인지 석고상인지 마네킹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모든 것을 언어로 규정하지만, 언어는 생각을 싣는 운송체일 뿐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언어 이면의 세계, 언어를 초월한 세계, 언어 안에서 갇혀 살아야만 하는 우리의 숙명이 그의 작품에 모두 압축돼 있다.
김세은은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왕립예술대학교에서 회화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유리는 홍익대 미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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