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아, 너도 김환기 그림 볼 수 있어"…호암, '보정안경' 무료 대여中

삼성문화재단, 색각이상 장애인의 김환기 작품 이해 돕기 위해 제품 준비
평일 평균 1명-주말 2~3명 제품 착용하고 작품 감상…"더 많은 분 방문하길"

호암미술관에서 김환기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는 가운데 삼성문화재단은 색각이상 장애인들을 위한 보정용 안경을 무상으로 대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3.6.22/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대규모 개인전이 1984년 이후 약 40년만에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가운데 삼성문화재단이 색각이상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제품을 준비해 전시 관람을 돕고 있다.

지난 22일 호암미술관에서 만난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색각이상이 있는 분들이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안경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미술관에서 색각이상 장애인들을 위한 보정 안경을 제공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며, 해외에서도 그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문화재단은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수준의 관람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미술관 휴관일에 장애인과 가족, 관계자들을 초청해 편안하게 감상을 돕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색각이상 장애인들은 미술을 보는 자체가 비장애인과 다를 수밖에 없다. 삼성문화재단은 김환기전을 준비하며 이런 부분을 고민했고, 색각이상을 보정할 수 있는 안경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품은 대부분 미국 등 해외 제품들이었고 가격도 100만원대로 고가였다. 재단은 수소문 끝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이 세운 알엠케이란 회사를 알게 됐다.

재단 관계자는 "회사 대표에게 두 명의 자식이 있는데, 모두 색각이상을 가졌다고 한다"며 "자식을 위해 회사를 설립하고 색각이상 장애인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엠케이가 개발한 색약 보정 안경은 국내 순수 기술로 최초 개발한 제품이다. 제품 가격도 해외 제품의 절반 또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어서 접근성이 좋다.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도 우수해 색각이상 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일반 선글라스와 같은 디자인이어서 착용했을 때 특별히 낯선 점이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18일 시작해 오는 9월10일까지 열리는 김환기전은 현재까지 평일 1000여명, 주말 2400여명 수준의 관람객이 방문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재단은 색각이상 장애인들이 평일 평균 1명, 주말 평균 2~3명 정도 방문해 제품을 착용하고 전시를 관람한다고 전하며 "남은 기간 더 많은 분이 방문해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미술관 1층 로비에는 총 8개의 제품이 김환기와 '한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대여를 기다리고 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