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파초도'의 현대적 재해석…'식물 작가' 전은숙 부산서 개인전

부산 어컴퍼니갤러리서 6월17일까지

전은숙, 들여다 본 풍경, oil on canvas, 89.4x130.3cm, 2023 (어컴퍼니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사회적 관계 안에서 쓸모로 기능하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식물의 이미지를 통해 표현해 온 전은숙 작가의 개인전이 부산 어컴퍼니갤러리에서 6월17일까지 열린다.

'파초'라는 전시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동국대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정조의 '파초도'(芭蕉圖)에서 시작했다. 바위 옆에 서 있는 한 그루의 파초를 그린 이 작품은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먼 소박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파초는 바나나와 같은 속의 식물로 이국적인 정취를 갖고 있어 귀하겨 여겨지는 화초 중 하나이다. 작가는 이 식물 이름을 '깨트릴 파(破), 풀 초(草)'라는, '부서지고 깨진 풀'이라는 의미의 동음이의어로 변환한다.

완벽하게 제대로 된 것들이 아닌, 깨지고 상처 입어 조금은 부족한, 그러나 더욱 순수해 보이는 것들에 대한 그만의 애정을 작품으로 한껏 표현했다.

작가는 풍성한 이미지의 포착을 위해 유화물감을 용제 미디엄으로 묽게 만들고 동양화의 모필과 수채 붓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원근감은 무시하고 그림 속 형체, 형태를 색으로 구분해 일차원적인 색면놀이 방식을 취한다. 어깨와 몸 전체를 이용한 스트로크 작업 방식에서 작품은 섬세함과 동시에 강렬함을 뿜어낸다.

디너팔레트 작품 시리즈의 경우 작가가 실제로 양은밥상을 작업 물감 팔레트로 사용하고 있는 점에서 착안했다.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가 부산에서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늘 고민의 흔적을 담은 그의 페인팅과 드로잉 22점 및 디너팔레트 작품이 선보인다.

전은숙은 1980년 제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전까지 12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주요 단체전에 다수 참가했다.

정조가 그린 '파초도' (출처 문화재청)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