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짜리 카텔란 '바나나' 먹은 서울대생 "배고파서"…손해배상은?
껍질만 다시 붙여놔…바나나 테이프로 벽에 붙여 1.5억원에 판매
리움 "새 바나나로 교체…별도의 손해배상 등 취하지는 않을 것"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드디어 먹혔다.
지난 1월31일,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위'(WE)가 시작할 당시 작품 '코미디언'을 과연 누가, 언제 먹을까 관심이 쏟아진 가운데 그 주인공이 나타났다.
'코미디언'은 하얀 벽에 덕테이프로 붙은 생바나나이다. 생바나나를 걸기 때문에 대략 2~3일에 한 번씩 바나나를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 관계자는 28일 뉴스1과 통화에서 "어제(27일) 점심쯤 한 남성이 벽에 붙은 바나나를 떼어 먹고는 껍질만 붙여놨다"며 "사실을 파악했지만 그 남성에게 별도의 손해배상 등은 취하지 않았고, 새 바나나를 다시 붙여 놓았다"고 말했다.
바나나를 먹은 남성은 서울대 미학과에 재학 중인 노모씨로 알려졌다. 미술관 관계자는 "노씨에게 왜 바나나를 먹었냐고 물으니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파서 먹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이 '먹힌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작품은 2019년 12월 아트바젤 마이애미에 처음 등장해 12만달러(현재 기준 1억4700여만원)에 팔렸는데, 당시 한 행위예술가가 전시 기간 중 퍼포먼스로써 바나나를 떼서 먹은 적이 있다.
'먹힌' 바나나는 다시 신선한 새 바나나로 교체됐을 뿐이다. 하지만 해프닝이 유명해지면서 몰려든 인파로 부스 운영이 어려워지자 갤러리는 결국 작품을 내리는 결정을 했다.
이번 카텔란 전시에서도 '코미디언'은 가장 핫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이 작품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이수진 홍익대 교수는 "그림을 사고파는 세계 최대 아트페어에서 카텔란이 주변 가게에서 30센트를 주고 생바나나를 사서 덕테이프로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며 "판매가가 우리 돈으로 1억4000만원(12만달러)이었고, 누군가가 벽에 붙은 바나나를 먹었고,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갤러리 측에서 작품을 내렸는데 텅 빈 벽에 누군가가 낙서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카텔란을 상징하는, 21세기를 상징하는 작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이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이것이 작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카텔란이 인증서를 구매자에게 발급해줬기 때문"이라며 "세 점의 작품이 출품됐는데 두 개가 팔렸다. 구매한 것은 결국 인증서"라고 부연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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