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윤범모 국현관장 의원면직 처리…후속 인사절차 밟겠다"(종합)
윤 관장, 박보균 문체부 장관 독대에서 사의 표명…문체부 공식 확인
文때 임명돼 대선 직전 재임명 '알박기' 논란…국현, 당분간 수장 공백 불가피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김일창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는 13일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윤 관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며 "의원면직 처리와 후속 인사 등 관련한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관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2월 임명됐다. 미술계에서는 당시 윤 관장의 임명을 두고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돌았다.
그는 미술관장 공모 과정에서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재평가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최종 후보 3명 중 유일하게 역량평가를 통과했던 이용우씨는 탈락했다. 이씨는 입장문을 내고 "공개 모집 제도가 비공정성으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윤 관장이 재평가를 통해 관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에는 미술계의 대표적인 진보 진영 인사라는 점이 꼽혔다.
그는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현실과 발언' 창립멤버로,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책임 큐레이터로 재직했을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를 막는 광주시와 갈등을 빚다가 사퇴하기도 했다. 가까이 지내는 이들 대부분도 민중 미술계 인사들이다.
윤 관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이자 제20대 대선을 채 한달도 남기지 않았던 지난해 2월25일 재임명, 2025년 2월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같은해 3월 정권이 교체되면서 그의 임기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정부의 '알박기' 인사를 비판하며 윤 관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문재인)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재임용됐다"며 "언론에서도 전형적인 '알박기'란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맡아 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인물로 대표적인 친윤계 의원이다. 같은당 이용호 의원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윤 관장이 재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여당의 강도 높은 압박과 직장 내 괴롭힘, 부당 인사 논란 등을 이유로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문체부는 지난 1월9일 결과를 공개하면서 16건의 위법·부당 업무 처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윤 관장이 기관장으로서의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윤 관장은 다음날인 10일 기자들과 만나 "감사 지적을 당해서 안타깝다"면서도 "열심히 하라는 채찍과 격려로 알겠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장직은 개방형 계약직 고위공무원 가급이다. 문체부 장관은 인사혁신처가 추천한 최종후보를 놓고 관장을 임명한다.
윤 관장의 의원면직이 완료되고 새 관장이 임명될 때까지 기획운영단장이 관장 직무대행으로 미술관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술관 학예실장도 공석이어서 의원면직 처리가 완료되면 관장과 학예실장이 공석인 상황이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14년 학예연구사 부당 채용건으로 당시 정형민 관장이 직위해제 됐을 때 1년2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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