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오라, 광주로 가자…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7일부터 7월9일까지…미술로 물든 광주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오픈에서 언론, 문화 관계자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7일부터 7월9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 아트폴리곤 등지에서 열린다. 2023.4.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김일창 이승현 기자 = 아시아 최대의 미술 축제인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7일부터 7월9일까지 94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주전시관과 네 곳의 서브 전시관('회전축'), 그리고 양림동 일대에서 펼쳐지는 9개 국가의 국가관 등 이 기간 광주 전역이 예술로 점철된다.

올해 비엔날레는 작가 79명(팀)의 작품이 여러 장소에서 분산 전시되고 최대 규모의 국가관이 운영되는 만큼, 최소 1박2일 이상의 여유로운 일정으로 방문하는 게 좋은 선택이 될 전망이다.

반드시 둘러봐야 하는 곳이 있다면 광주 북구 용봉동에 있는비엔날레 주전시관이다. 이곳에서는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작품을 분류 전시해 이번 비엔날레의 대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탐구한다.

이번 대주제는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뤘던 광주항쟁의 정신을 재조명하는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그 역사적 의미를 광주라는 특정 지역 안에서 규정짓기 보다 세계 곳곳에 펼쳐진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운동이 이른바 '광주정신'과 공명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사회·정치적으로 소외 받거나 받았던 작가들이 본인들의 목소리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변화의 주체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오픈에서 언론, 문화 관계자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7일부터 7월9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 아트폴리곤 등지에서 열린다. 2023.4.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이번 비엔날레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불레베즈웨 시와니(Buhlebezwe Siwani) 작품이 전시관 1층에서 제일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시와니는 죽은 자의 세계와 산 자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영적 치유자 '상고마' 전수자로, 조상들의 의례, 기독교와 아프리카 정신성의 관계를 흙과 로프, 비디오, 물을 활용한 설치 작업 등으로 보여준다.

'은은한 광륜' 전시실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43년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대형 걸개 작품인 목판 작업 '광주 꽃피우다'는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꽃'으로 표현하며 그들의 넋을 기린다. 알리자 니센바움(Aliza Nisenbaum)이 광주 놀이패 '신명'과 협업한 회화 작품은 당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조상의 목소리' 전시실은 노에 마르티네스(Noé Martínez)의 '송이 3'(Bunch 3) 작품과 11개의 도예 조각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시작한다. 16세기 유럽인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간 와스테크 선조들의 역사를 환기시키는 일련의 조각 작품들을 통해 멕시코 사람들이 겪었던 집단적 트라우마를 조명하고, 서구적 세계관이 형성한 역사를 바라보는 대안적 해석을 제안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오픈에서 언론, 문화 관계자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7일부터 7월9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 아트폴리곤 등지에서 열린다. 2023.4.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사운드 퍼포머이며 음악가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타렉 아투이(Tarek Atoui)는 한국의 지역 장인과 음악가들과 협력해 제작한 악기와 사운드 오브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그 옆에는 인간 신체의 무한한 수행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이건용 작가의 관객 참여형 작품이 설치됐다. 원하는 관람객은 누구나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전시장 벽에 걸린 하얀 종이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일시적 주권'에서는 장지아의 설치 작업 '아름다운 도구들 3(브레이킹 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노동 기구이자 고문 도구였던 바퀴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2014년 처음 작품을 선보였을 때 12명의 여성 퍼포머들이 바퀴 위에 올라타 기묘한 음률을 부르며 페달을 밟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바 있다. 관람객의 시선의 닿지 않은 곳에는 단어들이 크리스털로 박혀 있는데, 이것들은 퍼포먼스 당시 퍼포머들의 엉덩이에는 붉은 자국을 남겼다.

일본에서 전시할 수 없는 일본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의 작품도 나왔다.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그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광주 고려인마을의 현재와 과거(작품명: 고려극장)를 다뤘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오픈에서 언론, 문화 관계자가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7일부터 7월9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 아트폴리곤 등지에서 열린다. 2023.4.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마지막 전시실인 '행성의 시간들'에서는 김민정의 '타임리스'(Timeless) 등 일련의 신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엔날레에서 거의 유일하게 선보여지는 가장 한국적인 특색, 고요함과 적막함, 차분함이 은은하게 풍겨 나온다.

그 옆에는 주디 왓슨(Judy Watson)의 인디고 물감, 캥거푸 풀 등의 재료를 활용한 '죽은 나무가 있는 버룸 강'(Burrum river with dead tree) 등 회화 연작을 비롯해 아벨 로드리게즈 (Abel Rodríguez)의 아마존 우림을 기록한 세밀한 드로잉 '풍요와 삶의 나무'(The tree of life and abundance) 등을 만날 수 있다.

주전시관의 작품들은 속도감 있게 감상해도 1시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히려 충분히 감상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회전축' 네 곳 중 국립광주박물관과 무각사까지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회전축' 전시관은 무료 관람이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소핍 핏과 김기라, 유키 키하라, 캔디스 린, 구철우, 제임스 T. 홍의 작품이 전시된다. 박물관 야외 정원에 설치된 핏의 '춤'은 알루미늄 제품을 재활용해 쇠시리와 망치질로 다듬어 배롱나무 형태로 주조한 작품이다. 알루니늄은 캄보디아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재료이며, 작가는 유년 시절 베트남의 침략으로 캄보디아를 떠나 난민이 되었던 사적인 기억을 작품으로 승화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지난 5일 오후 광산구 동곡미술관에서 열린 '이탈리아 파빌리온 개관식'에서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 등 내빈들이 전시작품을 살펴보고 있다.(광주시 제공)2023.4.6/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은 무각사에서 재충전된다. 류젠화, 홍이현숙, 다야니타 싱, 흐엉 도딘, 앙헬리카 세레, 탈로이 하비니의 작품도 좋지만, 무각사를 감싸는 푸른 나무와 뒤뜰의 대나무숲이 일품이다.

광주에서의 이튿날은 광주의 유서 깊은 동네 양림동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9개 국가관 중 절반 이상이 위치하고, 전날 보지 못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도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을 시작으로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둘러보며 각 국가관의 작품을 관람하자.

특히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는 캐나다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캐나다 이누이트의 미술을 만나볼 수 있단 점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한편, 관람료는 현장 구매가가 성인이 1만6000원, 청소년이 7000원, 어린이가 5000원이다. 2일권도 판매되며 입장권 소지자를 위한 호텔 숙박할인 등도 제공된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