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예술위원장 "K-뮤지컬 활성화, 창작작품 통한 다양성 확보해야"
뮤지컬 분야 현장 업무보고…"'창작활성화 지원' 사업 등 추진
"순수예술과 구별 없는 정책 지원 필요" 목소리도
- 조재현 기자
"대형 제작사가 손을 대지 않는 영역에 지원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국내 창작뮤지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뮤지컬 부문을 대상으로 진행한 예술위 현장 업무보고에 참석해 "한국 뮤지컬 시장의 발전을 위해선 창작을 통한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위원장은 그간 국내 뮤지컬 시장이 대형 회사를 중심으로만 성장해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의 지원 방향을 언급했다. 그는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시장을 가지려면 창작뮤지컬 중심으로 그에 따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뮤지컬 시장이 기울어지지 않게 예술위가 할 일이 있다면 하겠다"고 덧붙였다.
예술위는 이를 위해 창작뮤지컬 제작과 레퍼토리화, 유통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K-뮤지컬 창작활성화 지원'사업을 신설, 내년 65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연구·조사·리서치·쇼케이스 등 사전 제작 지원 △창작뮤지컬 신작 제작 지원 △초연 작 중 시장가능성을 확보한 작품 지원 △해외 진출 마련을 위한 허브 마켓 운영 등이다.
뮤지컬은 그간 연극의 하위 분야로 분류됐다. 하지만 최근 공연법과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을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뮤지컬은 20여년 만에 국내 공연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 도약했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사상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공연시장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 2001년 국내 초연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7개월간 무대에 오르기 전까진 이렇다 할 '시장'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뮤지컬 시장의 성장은 해외 유명 라이선스 작품의 연이은 상륙과 팬데믹에 억눌렸던 관객들의 문화 향유 욕구가 맞물린 덕이다. 대극장 규모의 작품을 중심으로 인상된 티켓값도 영향을 미쳤다.
현장에선 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패널로 참석한 김용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은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 중 창작뮤지컬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창작뮤지컬이 활성화됐을 때 국내 뮤지컬 업계의 위상이 올라가고 시장도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연출가는 "어린이 뮤지컬의 경우 매출의 관점에서만 보면 더는 제작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공적 기금은 세금이기에 어린아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향유되고 배분되는 게 적절한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순수예술과 차별 없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법 개정이 됐음에도 정부 기관이나 재단에서는 음악·무용·연극·국악 등 전통적인 분류 체계에 따른 지원 정책만 논의하는 경향이 많다"며 "예술위가 선제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용제 회장은 "해외 진출을 위한 허브 마켓을 운영하더라도 타 기관과 중복되지 않는 예술위만의 독창성 있는 시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문화 산업은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지원이 지속돼야 이를 밑거름 삼아 융성할 수 있다"며 "취지를 잘 살려 K-뮤지컬을 빛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향후 정책 수립에 있어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현장 업무보고를 오는 23일까지 이어간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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