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의 허영 '가지지 못한 자'의 죗값, 폐부를 찌르다

초이앤초이, 英작가 데일 루이스 개인전 '스윗 앤 사워'…4월22일까지

플랫 아이언(Flat Iron)<strong>,</strong> 2023, Oil on canvas, 200 x 340 cm (초이앤초이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우리의 삶 속 분명 존재하지만 종종 방관과 부정의 대상이 되는 다양한 사회적 부패를 강조하고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상반되는 이념 및 요소들을 그림으로 녹여내는 영국 화가 데일 루이스의 개인전이 열린다.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데일 루이스(Dale Lewis)의 개인전 '스윗 앤 사워'(SWEET AND SOUR)를 4월22일까지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2016년 갤러리 개관전으로 열렸던 '호프 스트리트'(Hope Street)에 이은 두 번째 국내 개인전이다.

개인적 서사와 직접 목격한 상황들을 화폭에 펼치는 작가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을 토대로 광란의 스테이지를 구축한다.

사회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분석을 바탕으로 과장된 환상과 사회적 사실주의가 뒤섞인 우화적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는 그는 코로나19가 세계를 뒤흔들 때 부와 권력이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삶의 질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쉘'(Shells, 2022)과 '플랫 아이언'(Flat Iron, 2023)은 '우리와 그들' 사이의 이분법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고급 레스토랑의 부유한 손님들의 소외층을 향한 공격적인 태도를 묘사한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십자가 책형' 삼면화에서 영감을 받은 '플랫 아이언' 속 노숙자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은 방관하는 손님들의 무관심한 태도에 의해 더욱 심화돼 지위적 차이를 강조한다. 야만성은 모든 이들에게 존재하나, 그에 대한 죗값은 재물과 지위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소외층만이 받게 되는 식이다.

잡초(Weeds), 2023, Oil on canvas, 200 x 170 cm (초이앤초이 제공)

눈과 몸 곳곳에 멍이 든 채 속옷 차림으로 도시를 떠도는 주인공은 먼 뒤에 서 있는 화려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자포자기한 듯 땅에 몸을 기댄다. 허영심이 가득한 체면치레와 가난에 찌든 모습의 대조는 루이스의 작업에 꾸준히 등장하는 모티브 중 하나다.

이 작품 '잡초'(Weeds, 2023) 또한 줄곧 간과되지만 우리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빈곤과 빈부격차, 그리고 이런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꾸준한 노력을 암시한다.

풍요로운 유럽 산맥을 배경으로 성 노동자 두 여성을 그린 '시가 바'(Cigar Bar, 2022)와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2023)는 사회의 모든 계층에 존재하는 야만성을 드러내며 우리가 존엄하다 여기는 가치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보여준다.

양복을 입은 부유한 고객은 여인들의 소변이 가득 담긴 마티니 잔을 기꺼이 마시려 한다. 호화로운 스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두 여인의 목에 걸린 십자가 펜던트는 종교적 암시를 통해 순수주의의 부조리를 부각하고, 순결한 척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태도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나타낸다. 결국 순결함과 더러움의 구분 그 자체 또한 허구에 불과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시가 바(Cigar Bar), 2022, Oil on canvas, 200 x 170 cm(초이앤초이 제공)

이러한 구분법의 허무함은 '스모킹 킬'(Smoking Kills, 2023)에서 새롭게 다뤄진다. 이 그림은 영생을 보장받은 듯 자신은 죽음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줄곧 믿는 인간의 안이한 믿음을 농간한다.

전시는 최근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지낸 작가의 일화를 담은 두 패널 작품 '티 앤드 토스트'(Tea and Toast, 203)로 마무리된다. 인간이 무능력함에 직면하는 순간, 기쁨과 공포, 달콤함과 쌉싸름함, 삶과 죽음니란 상반된 세계가 서로 어우러짐을 느끼는 것을 묘사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