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조각, '비누'로 되살아나다…신미경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展

코리아나미술관 개관 20주년 기획초대전…3월2일부터 6월10일까지

코리아나미술관의 소장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미경의 '낭만주의 조각 시리즈' 신작.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코리아나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기획초대전으로 신미경 작가의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전을 오는 3월2일부터 6월10일까지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신미경은 단독 작가로는 국내 처음으로 박물관과 미술관, 두 공간에 적극적인 개입을 일으키며 1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신작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한 건물에 공존하는 스페이스 씨의 특수성을 살려 기획된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과 고미술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를 교차시키며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더한다.

이는 고전의 번역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전시명인 '시간'과 '물질'은 신미경의 작업과 뮤지엄(museum)을 관통하는 주요 개념으로, 전시에서 뮤지엄 공간은 유물과 작품의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물질적 실체이자 다차원의 시간과 물질이 공존하는 다층적 구조로 작동한다.

신미경은 1996년 런던 브리티시 뮤지엄에 전시된 그리스 고전 조각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번역 시리즈'를 시작으로 지난 30년 가까이 서양의 고전 조각상이나 동양의 도자기 등을 비누를 이용해 재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어떤 사물의 시간성과 기능성이 정지된 채 뮤지올로지(museology) 안에서 유물이 되는 과정은 비누의 본 기능에서 벗어나 예술 작품으로서 권위를 획득하고, 전시되는 작품과 맞닿아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복한 작가의 초기 입상조각부터 비누 도자기에 은박, 동박을 씌워 시간의 흔적을 표현한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2018~), 투명한 유리 도자기를 번역한 '고스트 시리즈'(2007~), 앤틱 프레임과 비누가 대조를 이루는 '페인팅 시리즈'(2014~) 등 작가의 기존 작업 세계를 구성해 온 작품을 총망라하는 동시에, 모더니즘 추상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형 비누 회화조각 및 코리아나미술관의 소장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낭만주의 조각 시리즈'가 새롭게 선보인다.

또한 지난 '풍화 프로젝트'와 '화장실 프로젝트'를 통해 비와 바람, 사람의 손을 거쳐 비누에 새겨진 시간성의 흔적을 다시금 레진, 브론즈 등의 재료로 캐스팅한 신작이 공개된다. 신미경은 이를 통해 원재료에서는 얻어낼 수 없는 시각적 효과를 획득하고, 관람자로 하여금 시간의 흔적을 역추적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층위의 시간성과 물질성에 대한 고찰을 이어간다.

관람시간은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은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