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로 5년 만에 연극 복귀한 박해수 "즐거운 악몽 꾸며 준비"

악마 '메피스토' 역으로 유인촌과 호흡
"유인촌과 연기 영광…시대에 맞는 캐릭터 선보일 것"

연극 '파우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박해수. (샘컴퍼니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악마 '메피스토'는 인간 '파우스트'를 두고 신과 내기를 한다. 평생동안 학문을 공부한 파우스트는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져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인물. 그때 메피스토가 인생의 쾌락을 알려주는 대가로 그의 영혼을 요구한다.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어진 파우스트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여성 '그레첸'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어 메피스토의 능력을 빌려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며 결국 위험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배우 박해수가 오는 3월3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하는 연극 '파우스트'로 5년여 만에 무대에 복귀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종이의집' '수리남' 등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그는 원로 배우 유인촌과 호흡을 맞춘다.

박해수는 2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극에 출연하지 않은 5년간 무대 생각이 간절했다"며 "'파우스트'는 내게 필요했던 작품인데, 그 작품이 내게 찾아와준 느낌"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독일 문학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쓴 역작 '파우스트'를 무대로 옮긴 것이다.

유인촌은 데뷔 후 처음 파우스트 박사 역을 맡았고, 박해수는 그를 유혹하는 메피스토를 연기한다.

연극 '파우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유인촌과 박해수. (샘컴퍼니 제공)

박해수는 두렵고 무서운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다시 무대에 서는 작품이 '파우스트'고, 그중 '메피스토' 역이라 감사하다"면서 "쉬운 역할이 아니기에 악몽으로 시작했지만, 즐겁게 악몽을 꾸며 파우스트의 세계에서 놀고 있다"고 했다.

그가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2018년 '두산인문극장' 프로그램이었던 '낫심' 이후 약 5년 만이다. 2020년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무대에도 섰으나 이는 무용과 연극의 요소를 섞은 융합극에 가까웠다.

박해수는 뮤지컬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로 제48회 동아연극상(2011년)에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박해수는 유인촌과 함께 무대에 서게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그는 "첫 리딩 때 선배의 연기를 보며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며 "정확한 발음은 물론 '고저장단'을 통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메피스토는 악마지만, 반드시 악인으로만 그려지지 않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며 "선과 악이 불분명한 시대에 맞는 캐릭터를 보여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연극 '파우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출연진과 양정웅 연출(가운데) (샘컴퍼니 제공)

1996년에 자신이 제작한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를 연기했던 유인촌은 나이 든 파우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유인촌은 "파우스트 박사는 최고의 지성을 갖췄음에도 끊임없이 열망하는 욕망의 결정체이자 종교에 빠진 인물이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서 "숙제를 어떻게 풀고 관객과 만나게 될지 스스로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고전 해석에 탁월한 감각을 선보여온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양 연출은 "오늘날 끝없이 질주하는 욕망에 대해 괴테가 우리에게 질문과 화두를 던지고 있다"며 "세속적이고 욕망에 치우친 동시대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자 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젊은 파우스트 역은 박은석, 젊은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지는 그레첸 역은 원진아가 연기한다. 공연은 4월29일까지.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