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할까…연극 '미궁의 설계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신작' 6편 무대로
연극 '견고딕-걸', 무용 '클라라 슈만' 등
- 조재현 기자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남영동 대공분실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과오를 어떻게 반성하고 책임질 것인가 묻고 싶었습니다."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1970~80년대 국가 폭력의 상징이었던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의 실체와 이를 설계한 한국 대표 건축가 김수근의 과오를 추적하는 연극 '미궁의 설계자'가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2022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작품으로, 이달 17~2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안경모 연출은 8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간을 위한 건물을 짓는 건축가가 어떻게 인간을 해하는 건물을 설계하게 됐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는 것 보다 어떻게 책임지고 이를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접근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하던 1975년의 '신호',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와 고문당한 1986년의 '경수', 민주인권기념관이 된 남영동 대공분실에 카메라를 들고 온 2020년의 '나은'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조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김근태 고문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민주인사에 대한 강압적 조사와 인권탄압이 자행된 곳이다.
특히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배치된 조사실은 마주 보는 방의 출입구가 엇갈리게 배치돼 피해자들에게 고립감을 심어줬고, 가파른 나선형 철제계단 또한 방향 감각을 잃게 하는 등 심리적 공포를 조성하는 데 활용됐다.
주목할 점은 연극이 공연되는 아르코예술극장도 김수근이 직접 설계한 건물이라는 것이다. 안 연출은 "아르코예술극장의 벽돌 질감을 보면 남영동 대공분실과 같은 느낌을 받아 섬찟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극본을 쓴 김민정 작가는 "아픈 역사이지만 제대로 기록하고 싶어 작품화했다"고 말했다.
'미궁의 설계자'와 함께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연극 '견고딕-걸', 무용 '화이트', 무용 '클라라 슈만', 오페라 '양철지붕', 음악극 '붕새의 꿈'도 서울 일대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17~26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견고딕-걸'은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꼬리표를 숨기기 위해 세상과 단절한 이의 갈등과 고통을 다룬 작품이다.
박지선 작가는 "'견고딕체'처럼 단단하고 아무런 빛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서체의 한 사람을 그리고자 했다"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함초롱바탕체'가 되는지 음악과 함께 리드미컬하게 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25~2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선 '화이트'를 볼 수 있다. 노네임소수의 최영현 연출 및 안무로 선보이는 이 작품은 지난 2020년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블랙'의 후속작이다. 신체와 빛, 오브제와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충돌과 대립의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무대 위에 펼친다.
안무가 제임스 전과 서울발레시어터는 작곡가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 슈만의 강인한 삶을 춤으로 풀어낸 '클라라 슈만'을 17~1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1980년대 공사장 함바집을 배경으로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자매의 삶을 그린 창작 오페라 '양철지붕'은 17~18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공연한다.
김용범 시인의 연작시 '조류학개론'에서 영감을 받은 실내악 음악극 '붕새의 꿈'은 18일 소월아트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전설 속 심해어 '곤'이 거대한 붕새가 돼 날아오르는 이야기를 전한다.
cho8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