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화, 서울에 걸리다…OCI미술관 '히든트랙'展

월북화가들이 그린 1950~60년대 北 풍경과 노동자들
"北미술, 韓미술사 한 갈래…선입견 없이 감상하고자 기획"

최재덕_집단공장_1950|캔버스에 유채|32×39cm (OCI미술관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월북 화가들이 그린 북한 풍경과 인물 등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히든트랙展)가 OCI미술관에서 2월25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OCI미술관 학예연구원은 "북한의 미술은 그동안 사회주의 이념의 산물로 여겨져 왔다"며 "이번 전시는 북한유화를 한국미술사의 '한 갈래'이자 '히든트랙'으로서 선입견 없이 감상하고 관찰해보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에 걸린 작품은 약 60점으로 OCI 창업주인 고(故) 송암 이회림 선생이 생전 수집한 북한 유화가 중심이다.

전시는 자연풍경화와 정물화가 걸린 1층을 시작으로 인물화와 도시풍경화가 주를 이루는 2층을 지나 북한 유화와 한국 현대미술을 비교·감상하도록 한 3층에서 마무리된다.

1층 전시장에서는 1950~1960년대 북한의 풍광을 마주한다.

김관호 작가의 1950년대 후반작으로 추정되는 '강변의 여인', 길진섭 작가의 1955년작 '산하' 1956년작 '만추향경', 이순종 작가의 1961년작 '초추의 통통선', 한상익 작가의 1986년작 '삼선암에서', 김경준 작가의 1957년작 '연광정의 겨울', 임군홍 작가의 1967년작 '해금강' 등에서 남한과 다르지 않을 북한의 풍광이 고즈넉하게 다가온다.

한국전쟁 때 월북한 화가 최재덕의 1959년작 '정물'과 한국 화가 최영림의 1958년작 '정물'은 분단 이후 남북의 미술을 비교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두 사람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동년배 서양화가로 일본 태평양미술학교에서 수학하는 등 유사한 성장배경을 지녔으나 최재덕은 사실주의적 태도를, 최영림은 추상주의적 태도로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여 준다.

김관호_강변의 여인_1950년대 후반|캔버스에 유채|50×72.5cm (OCI미술관 제공)

2층 전시장에서는 1950년대~1960년대의 북한 사람, 그 중에서도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주를 이룬다.

용광로에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여성을 그린 최재덕의 '용광로'와 배경의 빨간 현수막을 통해 북한임을 알게 해주는 1950년작 '집단공장', 인민복을 입은 무표정한 얼굴의 김장한의 '자화상', 하얀 간호복에 인민군 모자를 쓰고 꽃을 꺾고 있는 문학수의 '인민군 군관', 포동포동한 아이들과 이들을 돌보는 교사를 그린 이순종의 '탁아소', 제련소 노동자를 주로 그린 김만형의 1959년작 '남포제련소 노동자' 등을 보고 있자면 그제서야 '북한화가의 그림'이라는 게 실감난다.

마지막 3층에서는 북한유화와 한국 현대미술을 비교·감상할 수 있다.

한국전쟁 중 월북해 평양미술대학 조선화 강좌장, 조선미술가동맹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북한 미술계의 핵심 인사이자 조선화의 대가로 이름을 날린 정종여의 '평화의 준봉'은 조선화 양식으로 금강산을 그린 유화이다.

민족성을 상징하는 소재인 금강산은 그 장엄한 전경이 극적으로 표현되곤 하는데 이 작품 역시 금강산을 이상적으로 묘사하는 과정에서 초현실적인 장면을 펼쳐내고 있다.

1947년 월북한 직후 평양미술대학 초대 학장을 지낸 김주경의 1959년작 '공사판 풍경'은 전후 복구시대 사회 건설이라는 현실 과제를 낙관적으로 표현한 선전화다.

이지현 OCI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미미하게나마 월북작가와 그들의 작품 연구를 이어나가 이들의 활동 역시 우리 역사의 일부로 포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전에는 '북한'의 유화를 선보였다면 이번 전시는 북한의 '유화'에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OCI미술관 2층 전시장에 걸린 북한 노동자들의 인물화. (OCI미술관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