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번 칠하고 긁어낸 물감 파편들 색색의 숲을 이루다

재불작가 허경애 개인전

허경애 작가가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ews1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색색의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굳히고 다시 칠하기를 수십번 반복한 캔버스는 더이상 캔버스가 아니라 판화에서 사용되는 동판이나 목판처럼 아크릴판으로 변해 있었다.

플라스틱처럼 단단해진 아크릴판 표면을 조각칼, 외과수술용 메스, 식칼 등으로 셀 수 없을 만큼 긁어낸다. 그러면 숨겨져 있던 수십층의 물감들이 비로소 그 속살을 드려낸다.

프랑스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허경애의 작업 방식이다. 그의 작업에는 끊임없는 반복과 육체적 고됨 같은 노동의 고통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긁어내고 도려낸 물감들은 캔버스에 켜켜이 쌓여 마치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숲을 보는 듯하다.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에서 만난 허경애 작가는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허경애 전시전경.(아트웍스파리서울 제공)

그는 많게는 70층 이상 쌓아올리는 물감층을 하나하나 다 기록할 정도로 치밀하게 작업한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계산과 우연이 빚어낸 산물인 셈이다.

또 물감 파편들을 고정하면서도 표면에 접착제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시중에 나와있는 접착제란 접착제는 다 써볼 정도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찾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허경애는 "아크릴 물감 성분이 마르게 되면 플라스틱처럼 돼 긁을 때 돌덩이를 긁는 느낌이다. 이렇게 육체적 힘을 가하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시는 아트웍스파리서울 갤러리에서 이달 31일까지 이어진다.

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