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팝아티스트 줄리안 오피 "걷는 사람들은 '팔레트' 그 자체"
28일부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서 개인전 개최
- 김아미 기자
(수원=뉴스1) 김아미 기자 = "여러 나라에서 작업을 했지만 사람들을 국적으로 구분짓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울에 대한 느낌을 얘기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을 굉장히 멋있게 잘 입고, 머리 모양도 멋스럽다는 점이었습니다."
바쁘게 걸어가는 도시인들의 이미지를 '픽토그램'(문자그림)처럼 단순화한 회화, 영상, LED 파사드 작업 등으로 선보여 온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줄리안 오피(59)가 경기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갖는 개인전을 앞두고 26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을 주제로 한 작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작가는 "사람들의 걷는 모습이 마치 색감이 풍부한 '팔레트'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울 사람들을 소재로 한 과거 작업에 대해 "서울의 한 사진가에게 서울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촬영해달라고 부탁해 400~500개의 사진을 건네 받았는데, 쇼핑가에서 찍은 사진이어서인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멋진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해변에서 작업했던 사례를 이야기하며 "호주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며 "편안한 옷차림에 뜨거운 햇살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쓰고, 특이한 건 몸에 문신이 많다"고도 했다.
작가는 "꼭 스타일이 멋진 사람들로부터만 영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양복을 입고 배가 나온 성인 남자를 모델로 하기도 한다"며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완벽한 아름다움이 아닌, 걸음걸이가 우아하다든지, 보는 순간 존재감이 느껴진다든지 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줄리언 오피의 개인전이 오는 28일부터 경기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열린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개관 2주년과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진행되는 전시로, 국내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던 줄리언 오피가 국내 국·공립미술관에서는 처음으로 갖는 개인전이다. 작가의 다양한 '매체 실험'을 볼 수 있는 작품 70여 점을 대대적으로 전시한다.
1958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줄리안 오피는 대형 광고판, 일본 목판화와 만화, 고전 초상화와 조각 등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래픽 스타일로 축약된 형식의 사람 이미지들이 LED 패널에 투사된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의 건물 외벽에서 상영된 미디어 파사드 작업 '걷는 사람들'로 잘 알려져 있다.
미술관 1층 가로 24m 길이의 유리창에 부착된 LED 파사드 신작 '피플'(People)을 비롯해 오피의 작품 대부분은 '대중친화적'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주제로 했기 때문이다. 얼굴 표정에 대한 묘사는 생략됐지만, 걷는 순간을 포착한 이미지들에서 생기와 역동성이 느껴진다. 작가는 "걷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역동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라고 말했다.
"걷는다는 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닐까 싶어요.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도 흥미로운 오브제(물체)고요. 제 작품에 사람 이미지는 대부분 측면을 향하고 있는데,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과는 다르게 '대치'하지 않으면서 '파워풀'한 이미지예요. 특히 저는 얼굴을 그리지 않습니다. 입고 있는 옷이나, 걷는 모양, 태도 등을 통해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알 수 있죠."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를 비롯해 LED영상, 라이트박스, 태피스트리, 모자이크, 3D 프린트 조각 작업까지 작가가 수년 동안 해 왔던 다양한 매체 실험의 결과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2018년 1월2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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