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발레리나 "최영규와 11살 차이…'모성애' 연기 아니다"
마포문화재단·와이즈발레단 공동제작 낭만발레 '지젤' 15~16 공연
- 박정환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5살인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해외에서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블로거께서 '모성애 연기' 같다고 리뷰를 쓰셔서 아찔했습니다. 11살 차이가 나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와 처음 호흡을 맞추는 이번 낭만발레 '지젤'에서는 그런 소리가 안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스페인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세연(38) 발레리나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대흥로20길 마포아트센터 소회의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이를 떠나 배역에 맞는 연기를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낭만 발레 '지젤'이 15~16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공연한다. 최영규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와 김세연은 15일 무대에서 남자 주인공인 젊은 귀족 알브레히트와 여자 주인공인 순박한 시골처녀 지젤를 각각 맡는다.
'지젤'은 독일 라인강변의 시골을 배경으로 흰색 튀튀를 입은 여성 군무진이 몽환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백색발레'(Ballet Blanc, 발레블랑)로 유명하다. 사랑에 빠진 순박하고 발랄한 시골 소녀가 애인의 배신 앞에서 오열하며 광란으로 치닫는 비극적 여인으로, 또 죽은 영혼이 되어 애인을 향한 숭고한 사랑을 지키는 가련한 윌리로 극적인 변화를 드러낸다.
김세연은 "지젤은 무용수라면 누구나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라며 "지젤이 죽어가는 장면을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유니버설발레단을 비롯해 보스턴발레단, 취리히발레단,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을 거쳐 스페인국립무용단으로 이적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김세연은 "나이가 들면 근육의 재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통증이 생기면 춤 동작을 크게 뻗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몸상태를 살피면서 연습한다"고 했다. 이어 "마음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까 항상 거울을 보면서 발이 올라가는 높이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다 해외 무용단으로 옮긴 김세연은 오는 11월 '오네긴'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발표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에 관해 "은퇴를 앞두면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많은 감정이 오간다"며 "무용수가 은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한번 죽는 느낌"이라고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저는 겁이 많아서 언제 은퇴하겠다고 정해놓지 않았지만 한번 겪어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2011년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자리에서 나왔을 때 무용을 그만둘까 생각했습니다. 큰 부상을 당하고 의사가 '수술하면 이제 높이 점프할 수 없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재활을 열심히 하니까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점프력을 만회했습니다. 스페인국립무용단으로 옮기기 전에 재활했던 기간이 저에겐 '유사 은퇴'를 겪은 듯싶습니다."
최영규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이날 비행기가 연착돼 30분 늦게 도착했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대표적인 한국 무용수인 최영규는 2011년 네덜란드국립발레단 군무진으로 입단 후 채 5년도 되지 않아 동양인 첫 수석 발레리노로 승급했다. 그는 현지시간 지난 11일 '2017 알렉산드라 라디우스 상'을 받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최영규는 경이롭고 다재다능한 무대 매너를 가진 무용수"라며 "월등한 기교를 선보임에도 항상 우아하고 세련미가 넘친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최영규는 "수상 소감을 준비해야 해서 1주일 전쯤에 결과를 들었다"며 "시상식이 다가올수록 현지 TV와 라디오, 신문사에서 인터뷰하는 큰 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또 "상을 받으려고 무용하는 것이 아니지만 저를 인정해준다는 의미로 알고 더욱 열심히 무대에 서겠다"고도 했다.
그는 지젤에서 호흡을 맞추는 김세연에 관해 "김세연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지 누나라고 불러야 헷갈리지만 제가 어릴 때부터 존경하는 분이라서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며 "고국에 오기 전에 암스테르담에서 만나 지젤 공연을 함께 연습했는데 성실하고 자기 관리가 뛰어난 부분에 감동했다"고 했다.
김세연은 "제가 몸담고 있던 곳에서 최영규가 소중한 무용수로 성장했다"면서 "연습을 하면서 느꼈는데 굉장히 어른스럽고 의지가 강한 친구라 나이가 어리지만 제가 많이 의지했다"고 전했다. "저 스스로도 우리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떠할 지 기대가 됩니다"고 웃었다.
한편 이번 '지젤' 공연을 위해 베를린슈타츠발레단 수석무용수 겸 지도위원인 나디아 사이다코바가 재안무를 맡는다. 또 오는 16일 무대에선 와이즈발레단 주역무용수 이현정과 빌구데 아리옹볼드가 지젤과 알브레히트 역으로 각각 무대에 선다.
관람료 3만~6만원. 문의 (02)3274-8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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