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가 웅얼웅얼…치매 부르는 '노화성 난청' 보청기 도움 [생생 건강정보]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노화성 난청은 심할 경우 치매가 생기는 위험이 5배까지 증가한다. 최근 국내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화성 난청 환자도 늘고 있는 바, 올바른 보청기를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가장 크다. 이와 관련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와 알아보도록 한다.
◇나이 들면 찾아오는 청력 감퇴…80대 절반은 '노화성 난청'
듣는 것을 담당하는 달팽이관에는 청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모세포, 신경원 세포, 청신경 등이 있는데, 우리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러한 기관들도 같이 노화되면서 청력이 감퇴한다. 특별한 질환이나 외부 요인 등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레 발생하는 난청이라는 의미에서 '노화성 난청'이라고 한다.
누구나 나이가 드는 것처럼 노화성 난청 또한 듣지 못하는 정도가 심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보통 60대가 되면 20~30%, 70대가 되면 3분의 1정도, 75~80세가 되면 절반 정도가 생활에 불편함을 겪을 정도의 노화성 난청을 경험한다.
◇난청 원인은 유전자가 결정한다?…고음인 '자음·받침' 안 들려
노화성 난청의 원인을 예전에는 시끄러운 것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이나 귀에 좋지 않은 약물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비슷한 환경, 비슷한 소음, 비슷한 약물에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노화성 난청의 정도나 진행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를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의 차이, 유전자의 다양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큰 소음이나 귀에 나쁜 약물에 자주 노출될수록 청력이 더 빠르게 떨어지는 경향은 있지만 이런 것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사실상 유전자가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노화성 난청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기는 쉽지 않은데,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는 질병은 유전적 요인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노화성 난청은 유전적 요인에 환경적 요인이 덧붙여져야 나타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가정하에 귀에 좋지 않은 것들을 피해야 한다.
노화성 난청이 진행되면 듣는 능력이 떨어짐에 따라 이에 해당하는 뇌 기관도 자극받지 못해 더 퇴행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난청이 심해지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화성 난청 달팽이관의 바깥쪽 부분부터 진행이 되는데, 달팽이관 바깥쪽 부분은 고주파 즉, 고음을 듣고 안쪽은 저주파 즉, 저음을 듣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말의 자음은 보통 고음이고, 모음은 저음이기 때문에 노화성 난청이 진행되면 모음은 잘 들리지만 자음이나 받침이 잘 들리지 않고 웅얼거리는 소리로 들린다. 들리기는 들리는데 내용은 잘 파악이 되지 않아 자꾸 되묻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에 많은 사람이 난청 증상이 있어도 '귀는 들리는데 뭐', '저 사람이 좀 웅얼거리면서 말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치료를 미루다가 회복이 어려운 중증 난청이 찾아오고 나서야 병원을 방문해 문제가 된다.
◇'음감지능력' 떨어지면 보청기로 보완…'어음판별력'은 회복 불가
청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바로 '음감지능력'과 '어음판별력'이다. 귀에 헤드폰을 쓰고 '삐-'하는 소리가 나오면 어느 쪽에서 나온 소리인지 손을 드는 검사에서 점점 소리를 작게 틀어서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이러한 '삐-'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음감지능력이라고 하고, 작은 소리를 잘 들을수록 "음감지능력이 좋다"고 말한다. 어음판별력은 소리를 듣는 상황에서 말의 의미를 알아듣는 능력을 말한다. 소리는 들리는데, 말의 의미를 잘 알아듣지 못하면 "어음판별력이 낮다"고 얘기한다.
이 두 가지 능력 중 음감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막기 어렵다. 유전자에 따라 떨어지는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음감지능력은 보청기를 착용하면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음판별력인데, 노화성 난청이 시작돼 음감지능력이 떨어져 뇌로 전달되는 소리가 줄어들면 뇌가 적절한 자극을 받지 못해 퇴화하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인 어음판별력이 저하된다. 그런데 한 번 떨어진 어음판별력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어음판별력이 떨어지기 전, 음감지능력에 이상이 생겼을 때 빨리 병원에 방문해 적절한 관리를 받아야 청력을 지킬 수 있다.
◇노화성 난청으로 인한 올바른 보청기 사용법
병원에 내원해 다른 문제로 인한 청력 저하가 아닌 노화성 난청으로 인한 청력 저하가 맞는다고 확인되면, 청력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로는 제때 보청기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제때'라고 함은 정상인보다 중증도 난청의 시작점인 40데시벨(dB) 이하의 소리가 잘 안 들리면서, 어음판별력은 70% 이상인 시점이다. 어음판별력이 70%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면 보청기를 착용해도 소음으로만 들릴 뿐, 말은 잘 알아들을 수 없다. 이는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마지노선으로, 만약 청력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더 일찍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도 좋다.
둘째, 전문가의 관리 아래 보청기 착용할 것을 권한다. 보청기는 주파수별로 제대로 증폭이 돼 있지 않으면 안 쓰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주파수를 본인의 귀에 맞도록 최적화하는 것을 '피팅'이라고 하는데, 피팅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병원에서 보청기를 맞추면 올 때마다 청력검사도 하고, 검사 결과에 맞춰 보청기 주파수를 조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청기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해 맞추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피팅도 받을 것을 권장한다.
셋째, 본인에게 맞는 형태의 보청기를 사용해야 한다. 보청기는 귀 안에 넣는 귓속형과 귀에 걸어 바깥으로 나타나는 귀걸이형이 있다. 노화성 난청은 대부분 저주파는 비교적 잘 들리지만 고주파가 잘 안 들려서 옆에 있는 사람의 말이 윙윙거리는 소리로 들리게 되는데, 잘 안 들리는 고주파를 높이는 데에 귀걸이형 보청기가 특화돼 있다. 귓속형 보청기는 특정 주파수를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져서 소리를 높여야 할 때 고주파만 증폭시킬 수 없고 모든 주파수를 증폭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미 잘 들리는 저주파가 증폭까지 되면 윙윙거리는 소리는 더 크게 들리게 돼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 세계적인 추세를 보아도 노화성 난청 환자는 귓속형 보청기보다는 귀걸이형 보청기 착용 비율이 월등히 높다.
넷째, 최소 2~3개월 동안은 불편해도 보청기를 사용해 볼 것을 권한다.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2~3주 만에 너무 시끄럽고 잡소리가 심하다면서 착용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보청기는 일정 기간 적응이 필요하다. 귀는 적응을 많이 필요로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2~3개월은 열심히 써볼 것을 당부한다.
청력이 경도 난청 이상으로 좋게 유지되는 환자들의 경우 약물 치료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고, 최후의 보루이자 가장 강력한 치료법으로 인공와우 수술이 있다. 80데시벨(dB) 이하의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음감지능력이 떨어지고 어음판별력 또한 50% 미만인 고도 난청의 경우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와우는 달팽이관으로, 인공와우라고 하면 인공 달팽이관을 말한다. 달팽이관이 완전히 그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뇌와 달팽이관을 이어주는 신경원세포까지 퇴화하지 않았다면 인공와우를 이식했을 때 다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년에 1000명 정도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사람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수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수술받는 사람들이 적은 것인데, 장차 수술이 더 알려져서 많은 사람이 현대 의료 기술의 혜택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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