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이유 없는 고열, 잘 때 땀 흥건하면 '이 질환' 의심

공격적인 혈액암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5년새 국내 환자 24%↑
10명 중 4명은 치료 반응 보이지 않거나 재발…적기에 최선의 치료 필요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특별한 이유없이 6개월 동안 10% 이상 체중이 줄거나 38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고, 혹은 잠잘 때 옷이 흠뻑 젖을 만큼 땀이 나는 등 이른바 'B 증상'이 나타난다면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DLBCL)'을 의심해 볼 수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감염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B 세포'가 통제할 수 없이 성장하거나 증식하는 질환으로, 10명 중 4명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겪는 공격적인 혈액암이다.

치료 차수가 늘어날수록 예후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환자의 질환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초기에 효과적인 치료 선택지를 택하는 게 중요하다. 참고로 9월은 '혈액암 인식의 달' 이다.

혈액암은 혈액이나 림프 계통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특히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악성 림프종 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5만명이 이 병에 걸린다.

국내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1만2910명으로 2018년 1만428명에서 23.8%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및 비정상적인 면역조절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65세에서 74세 사이에 첫 진단을 받고 남성에게 조금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열이 나거나 잠을 잘 때 땀으로 흠뻑 젖고,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B 증상'이라고 한다.

림프절이나 림프관이 국소적 또는 전신적으로 커진 '림프절 종대'가 관찰되거나, 림프절 외에 위장관, 피부, 뼈, 중추신경계, 갑상선, 고환 등 실질 장기까지도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신체 일부에 종괴(혹)나 부종이 발견될 수 있으며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혈액암 중에서도 공격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하나의 약으로는 충분한 치료효과를 보기 어려워 작용 방식이 다른 여러 약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표준치료법이다. 5년 생존율은 64.7%에 달하지만, 10명 중 4명은 1차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결국 재발한다.

이 경우 환자들의 치료 결과는 급격하게 나빠지는데, 특히 첫 치료 후 24개월 이내 조기 재발하는 경우 중앙생존 기간은 4.6개월로 급감한다. 의료현장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한 갈증이 있었으나, 지난 20년 동안 이 분야에서는 신약이 개발되지 않아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이 컸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다행히 최근 암에 대한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항체 약물 결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병용요법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1차 치료법으로 등장하며 약 20년 만에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 치료제는 임상 연구에서 치료 24개월 동안 질병이 악화하거나 사망에 이를 가능성을 24% 감소시켰으며 기존 치료법과 유사한 안전성을 보이면서도 삶의 질 역시 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해당 치료를 받았을 때 향후 10년 동안 2차 치료를 받을 확률은 27% 감소했다.

이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이 해당 치료법에 가장 높은 권고 수준(category 1A)을 부여하는 등 진료 지침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일찍이 보험급여를 적용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11월 1차 치료에 쓸 수 있도록 허가가 나 현재 건강보험 급여 심사를 앞두고 있다.

대한혈액학회 림프종연구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유쾌한 가천대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치료가 까다로운 림프종으로 악명이 높으며 특히 24개월 이내에 재발, 전이에 이르면 예후가 급격하게 나빠진다"고 소개했다.

유 교수는 "초기부터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 후속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발생을 줄이고 컨디션이 가장 좋은 1차 치료에서 장기간 재발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최근 20년 만에 신약이 등장해 완치로 여겨지는 '완전관해' 사례도 글로벌 학회에서 보고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환자들도 경제적 부담을 덜고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이 조속히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