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HPV' 걸린다…부산 사하·인천 옹진, 남성도 백신접종 지원

"尹보다 먼저"…HPV 접종 지원하는 지자체 5곳으로 늘어
그동안 비싼 가격으로 맞기 어려워…질병청 "대상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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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졌으나 남녀 모두에 생식기 사마귀와 항문생식기암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다.

HPV에 걸리면 자연적으로 소멸되지만, 지속적인 감염은 여러 질환을 일으킨다. 예방접종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무료 대상이 아니면 32만~48만원에 달하는 접종 비용을 부담해야만 했다.

정부가 HPV 백신의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을 일부 여성(여아)에서 남성(남아)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접종 비용을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기초자치단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성별 무관 HPV 관련 질환 증가…남성에게 두경부암 유발"

HPV 중 40여개 이상의 바이러스는 성접촉으로 전염돼 성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특히 HPV는 약 3만7000개의 암을 유발하는데 고위험군 HPV는 전 세계 모든 종류의 암 중 5%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 통계를 보면 지난 2022년 HPV 감염은 1만2273건 신고됐고 이중 20~30대가 45.3%(5553건)를 차지한다. 특히 감염됐다고 눈에 띄는 증상이 있는 게 아니라 감염 여부를 알 수 없어서 문제다.

이에 대해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회장인 이승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최근 성별 상관없이 HPV 관련 질환의 증가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HPV는 남성에게도 두경부암, 항문암 등을 유발하며, 이 중 특히 HPV로 인한 두경부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HPV로 인한 두경부암이 자궁경부암을 앞질렀다"고 했다.

이어 "남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만큼 접종이 필수적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남녀 45세까지 HPV 백신 접종을 허가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별 HPV 백신 접종 지원 현황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세계적으로 남성(남아)까지 접종 지원…질병청 "우리도 꼭 추진할 것"

접종에 대한 국내 지원 사업은 2016년 정부의 '건강 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으로 시작해 만 12세 여성 청소년부터 혜택을 받았다.

그러다가 국민청원 등으로 "청소년과 남성에게도 접종을 지원하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2022년 3월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26세 이하 저소득층 여성으로 NIP 대상을 확대했다.

이후 'HPV 예방접종 국가지원 확대'로 정책 이름을 바꿔 지원 대상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NIP 사업에 적용되는 백신은 2가 백신인 '서바릭스'와 4가 백신인 '가다실'이다. 9가 백신 '가다실9'는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필요하지만 비싼 가격으로 선뜻 맞기 어려운 점이 있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HPV 유형의 예방이 가능해, 현재 가장 많은 유형에 대응하는 백신은 9가 백신이다. 남녀 모두에게 자궁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등을 일으키는 HPV 유형을 예방한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 진료비용 통계를 보면 HPV 백신 1회 접종 당 평균 16만원이 들어갔다. 총 2~3회를 맞아야 해, 접종 완료까지 약 32만~48만원 가량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9가 백신인 '남녀 모두 가다실9 접종'이라는 공약을 걸었다. 윤 대통령 공약을 참고한 듯, 부산 사하구와 인천 옹진군은 접종 지원 대상을 남성까지 확대했다.

전국 최초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지원 조례'를 제정한 부산 사하구는 4가 백신을 성별 관계없이 만 26세 이하 사하구 주민 누구에게나 무료로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사하구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돼 2024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인천 옹진군은 '선택 예방접종 지원에 관한 조례'를 바꿔 이달 6일부터 관내 만 12~17세 남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남성에게 첫 접종 시기에 따른 4가 백신 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전남 무안군은 지난 2월부터 만 18~26세 여성의 4가 백신 예방 접종비를 50% 지원 중이고 충북 충주시는 이달부터 만 18~26세 여성 전체에 접종 지원을 확대하고, 9가 백신을 접종백신으로 정했다.

경기 화성시도 9가 백신 접종을 올 6월부터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2~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 지원한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으로 약 150개국이 HPV 예방 사업을 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내 국민총생산(GDP) 상위 20개국 중 17개국은 HPV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남성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질병청 관계자는 "HPV 백신 지원 대상 확대는 국정과제인 만큼 꼭 시행할 계획"이라며 "현재 연구용역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