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부쩍 흔해진 '혼밥'…대사증후군·우울에 노쇠 유발도

관련 연구 통해 심리적·신체적 건강 부정적이란 결과 잇따라
먹더라도 계란과 두부 보충…누군가와 식사하는 자리도 필요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일본식라면 전문점의 1인전용 식사공간에서 시민이 식사를 하고 있다. 2018.9.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며 대면 교류가 줄었고 1인 가구는 늘어나면서 '혼자 밥을 먹는 상황' 이른바 '혼밥'이 흔해지고 있다. 이럴 경우 보통 라면·과자·빵·김밥 등으로 대충 먹거나 간편식 위주로 먹는다.

밥을 먹더라도 반찬으로 김치만 놓고 먹거나, 빨리 해치우려 해 식사의 질이 좋지 못하다. 한두 번은 어쩔 수 없지만, 매번 홀로 대충 해결하다 보면 몸과 마음을 해치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권했다.

◇혼밥할 경우, 여성 대사증후군 위험 상승…노인은 빨리 늙는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의 서영성 가정의학과 교수(대구동산병원장) 연구팀은 2017~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미만 성인 남녀 1만717명을 대상으로 혼밥이 대사 증후군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지난해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에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두 끼 이상 혼자 먹는 사람은 대상자의 9%(964명)였다. 가족 등과 함께 하는 사람보다 혼자 자주 먹는 경우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1.2배였다. 특히 혼밥하는 성인 여성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함께 식사할 사람이 있는 여성의 1.5배였다.

혼밥하는 여성의 허리둘레·중성지방·HDL(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혈압·공복혈당 등 대사증후군 지표는 함께 식사할 사람이 있는 여성보다 나빴다. 반면 혼밥하는 남성의 대사증후군 위험은 특별히 높지 않았다. 지표 중 혈중 중상지방 수치를 높이는 데 그쳤다.

노인은 더 빨리 노쇠해진다는 연구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의 송윤미 교수·박준희 임상강사와 경희대학교병원의 원장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16~2017년 70~84세 노인 2072명을 대상으로 식사 유형에 따른 노쇠 변화를 두 차례 비교 분석했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 연구와 이번 연구에 참여한 노인들은 연구를 시작할 땐 모두 건강했다. 연구팀이 혼자 식사하는 노인 그룹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는 그룹의 노쇠 정도를 2년간 비교 분석했다. 2년 새 식사 유형이 바뀐 노인들도 함께 비교했다.

그 결과 동반 식사였다가 2년 후 혼밥으로 바뀐 노인들은 줄곧 동반 식사였던 노인들보다 노쇠 발생 위험이 61% 높았다. 혼밥을 하다 2년 후 동반 식사로 바뀐 노인들에게서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등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뿐 아니라 성인 남녀에게도 혼밥이 심리적 건강에 부정적일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였던 이경실 라이프의원 원장 연구팀은 2014·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남녀를 상대로 혼밥과 우울증 생각 등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대상자 1만4093명(남 5826명·여 8267명)의 22.9%가 혼자 저녁을 먹었다.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1.4배 높았다. 혼자 먹는 사람의 우울증 위험은 26.6%로 가족과 함께 먹거나(17.7%), 가족 외 다른 사람과 먹는 사람(18.4%)보다 높았다.

다만 혼자 먹더라도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할 경우 저녁을 혼자 먹지 않는 사람과 우울증 위험에 차이가 없었다. 지난 2021년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이런 연구 결과를 실은 연구팀은 "함께 식사하는 건 정신 건강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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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즐길 수도 있지만…"생활 습관 개선, 정책적 개입도 필요"

전문가들은 "혼밥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면서도 단조로운 생활 습관으로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 자체가 우울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함께 식사하는 프로그램이 정책적으로 마련돼야 하며,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간편 즉석식을 먹더라도 영양소가 골고루 있는 계란이나 두부 요리를 추가하거나 유제품·과일을 곁들이는 것을 권했다. 천천히, 꼭꼭 씹어 섭취해 폭식과 과식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실 원장은 "빠르게 걷기와 조깅·마라톤·축구 등을 하면 엔도르핀·도파민·세로토닌과 뇌 유래 신경인자(BDNF) 같은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많아져 기분을 좋게 하고 우울감을 낮출 수 있다"며 "움직임을 늘려보는 것도 좋다"고 1인 가구 등에 조언했다.

혼밥 노인의 노쇠 영향을 연구한 연구팀은 독거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이 누군가와 식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조성하는 등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자녀들이 홀로된 부모님의 혼밥에 따른 우울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영성 병원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1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혼밥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혼밥을 피하기는 어렵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되 과식·야식을 하지 않는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