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건강정보] "뭐라고?"…노인성 난청, 그냥 두면 치매 위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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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뭐라고? 잘 안 들려."

고령의 부모로부터 이 같은 멘트를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다면, 부모의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인성 난청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지속되면 자신감 저하나 우울감 등 심리적 문제를 초래하고 나아가 치매를 일으킨다. 이에 대한 치료법과 예방법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와 알아가 보도록 한다.

◇ "가는 귀먹었나?"…30대부터 시작된 청력 감소, 알고 보니 '노인성 난청'

노인성 난청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청력 감소를 말한다. 청력 감소는 보통 30대부터 이미 시작돼 서서히 진행되며, 발생 연령과 진행 정도는 유전적 요인과 주위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졌다.

오늘날에는 고령인구의 증가와 다양한 종류의 환경 소음, 개인용 음향 기기의 사용 증가, 약물 복용 등 다양한 환경적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노인성 난청 환자가 늘고 있다.

초기 증상으로는 양쪽 귀의 고주파, 즉 높은 음 쪽 청력이 먼저 떨어지기 시작해 서서히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저하 된다. 경우에 따라 환자는 자신의 난청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탓하기도 한다. 이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이 점점 진행되면서 대개는 전화 통화가 불편해지거나, 낯선 사람 혹은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가 불편해진다. 또 TV나 라디오를 듣는데 어려움이 생겨 즐기지 못하고, 여러 사람과 같이 있는 환경을 피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의 대화가 줄어들어 결국은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정상인과 비교해 경도의 난청에서는 2배, 중간 정도의 난청에서는 3배, 고도의 난청에서는 약 5배나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울러 우울증 증상도 훨씬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년 인구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청력 남았다면 '보청기' 착용…심하면 '인공와우'로 재활해야

노인성 난청은 아직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눈이 나쁘면 안경을 착용하듯, 노인성 난청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반드시 보청기를 착용해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보청기를 통해 치매나 우울증과 같은 증상들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보청기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착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버리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귀 건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주변 사람과 대화가 힘들어지거나 서서히 격리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데도 매우 효과가 크다.

노인성 난청에 동반되는 이명 역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보청기의 착용만으로 이명 증상도 개선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의 상담 및 청력검사 후 보청기의 필요에 따라 착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청각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로 노인성 난청이 많이 진행된 환자라면, 건강보험에서 일정 부분의 보청기 구매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도 덜 수 있다.

보청기는 소리를 크게 증폭하고, 주변 소음이 많거나 여러 사람이 있어 소리가 섞여 들리는 환경에서도 내가 듣고자 하는 소리를 좀 더 뚜렷하게 해주는 기계다.

다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잔청, 즉 남아있는 청력이 있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잔청이 너무 부족한 경우, 다시 말해 노인성 난청이 상당히 진행한 경우에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심어 소리를 전달하는 '인공와우 이식'이라는 수술이 필요하다.

인공와우 이식을 하면,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어음처리기라는 장치를 통해 내부에 있는 인공와우 기계에 전달해주고, 전달된 소리는 전기 신호로 바뀌어 청각 신경을 거쳐 뇌까지 도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양쪽 모두 70데시벨(dB) 이상의 난청이 있으면 보청기로도 대화가 어려울 때가 많아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인공와우 수술이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검사결과가 나오면, 국민건강보험에서 입원 및 수술에 필요한 비용의 많은 부분을 보조하기도 한다.

인공와우 수술은 수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다. 건강상의 다른 문제가 없다면 큰 위험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수술이며, 수술 후 언어 재활 치료를 열심히 하면 일상생활에서 대화나 전화 통화가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이어폰 장시간 사용 자제해야…약물·대사질환도 주의

노인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큰 소리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휴대전화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어폰으로 3시간가량 음악을 듣게 되면 일시적으로 청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1시간당 10분 이상은 귀에 휴식 시간을 주거나 하루 2시간 이상은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이 주변 소음이 큰 환경에서는 이어폰 음량을 매우 크게 청취해야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데, 이때는 음소거 한 상태로 화면만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이외에도 청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항생제나 기타 약물이 있다. 이러한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환자는 반드시 약물 복용 전부터 이비인후과 의사의 진료와 청력 검사를 받도록 한다.

담배 역시 미세혈관 장애를 발생시켜 난청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와 당뇨병, 신장질환, 고콜레스테롤증, 고혈압 등의 질환 역시 혈관을 좁게 만들고 귀로 가는 혈관에 손상을 일으켜 청력을 빨리 떨어지게 할 수 있으므로 난청 예방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