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명의 종말과 중세 시대 시작의 분기점 [역사&오늘]

1월 4일, 서로마 제국의 멸망

오도아케르에 왕위를 양위하는 서로마 제국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투스. (출처: Yonge, Charlotte Mary(1880),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476년 1월 4일, 서로마 제국이 멸망했다. 게르만족 용병 대장 출신 군사령관 오도아케르가 로물루스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폐위시키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은 오랜 기간 축적된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로마 경제의 기반이었던 노예제가 붕괴해 생산성이 저하됐고, 지나친 화폐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화폐 가치가 폭락했다. 또한 토지 황폐화와 농민들의 몰락으로 농업 생산력이 감소하여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여기에 정치적 혼란이 가세했다. 잦은 황제 암살과 귀족들 간 권력 다툼으로 중앙집권화 시스템이 무너졌다. 또한 군대가 황제의 사병으로 전락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고 군벌들이 등장하며 정치에 개입했다. 이러한 혼란은 사회 불안으로 이어졌다. 기후 변화와 훈족의 압박으로 인한 게르만족이 대이동으로 로마 제국의 국경도 위협을 받았다.

오도아케르는 황제를 폐위시키고 스스로 왕이 됐다. 하지만 그는 동로마 황제에게 서로마 제국의 영토를 양도하고 자신은 동로마 황제의 섭정으로 서로마를 통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로마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었던 오도아케르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동로마 황제 제논은 그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고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오도아케르의 통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동로마 황제의 사주를 받은 동고트족의 왕 테오도리쿠스 대왕이 이탈리아를 침공하면서 오도아케르는 라벤나에서 포위됐다. 493년 라벤나에서 벌어진 결전에서 오도아케르는 테오도리쿠스에게 패해 살해됐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은 고대 로마 시대의 종말이자 중세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게르만족의 유럽 진출과 로마 문화와 게르만 문화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역사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로마의 문화적 영향력은 계속 이어졌다. 또한, 서로마 제국이 멸망 후에도 동로마 제국은 1000년 이상 존속하며 그리스-로마 문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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