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렌 맛손 "한강, 부드러운 목소리로 잔혹함·상실 이야기" [노벨상 현장]
한강 노벨상 시상 연설
- 김일창 기자
(스톡홀름=뉴스1) 김일창 기자 = 한강 작가(54)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렸다. 이날 한 작가는 검정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한림원 종신위원 18명 가운데 한 명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이 시상 연설을 맡았다. 맛손은 수상자 시상 연설 중 유일하게 스웨덴어를 사용했다. 노벨상 가운데 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스웨덴 아카데미)이 선정하는데, 전통적으로 문학상은 스웨덴어로 시상 연설을 한다.
맛손은 연설에서 "한강의 작품에는 '흰색'과 '붉은색'이라는 두 가지 색이 만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흰색은 그의 많은 책에서 보이는 내리는 눈으로 서술자와 세계 사이에 보호막을 드리우지만, 동시에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 붉은색은 생명을 상징하지만, 고통과 피, 칼에 깊게 베인 상처도 의미한다.
맛손은 "한강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러울 수 있지만, 묘사할 수 없는 잔혹함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학살 이후 쌓인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는 어두워지고, 호소, 즉 텍스트가 답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질문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맛손은 "죽은 자, 납치된 자, 실종된 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빚졌는가?"라고 질문하며 흰색과 붉은색은 한강이 소설에서 되돌아보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1년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에서의 눈은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중간 영역에 떠도는 존재들 사이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며, 꿈이 현실로 넘쳐흐르고, 과거는 현재로 스며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강의 글에서는 경계가 녹아내리는 이러한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목격한 것들에 의해 무너지고, 그것은 항상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대가로 치러야 한다"며 "그러나 그들은 필요한 힘으로 계속해서 나아간다, 잊는 것은 결코 목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람들은 상처받고, 연약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약하지만, 또 한 걸음을 내딛거나 또 다른 질문을 던지거나, 또 다른 문서를 요청하거나, 또 다른 생존자 증언을 듣기에 충분한 힘, 그리고 적절한 종류의 힘을 가지고 있다"며 "죽은 자들의 그림자는 계속해서 벽 위를 움직인다,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고,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스웨덴 아카데미를 대표하여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제 앞으로 나와 국왕 전하로부터 상을 받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스트디르 비딩 노벨재단 이사장은 시상식의 포문을 열며 한 작가에 대해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공인 한강 작가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깊이 탐구했다"며 "깊은 심연이 항상 변화에 대한 갈망만큼 가까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편, 당초 기대를 모았던 맛손의 한 작가에 대한 한국어 소개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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