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도 한글 사랑의 불씨를 지피다 [역사&오늘]
11월 4일, 제1회 '가갸날'(한글날) 행사 개최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27년 11월 4일,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가 신민사와 함께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기념하여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첫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가갸날'은 한글의 첫 글자 '가'와 '갸'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당시에는 한글을 '가갸거겨 나냐너녀' 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가갸날'이라는 이름이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다.
조선어연구회 회원들은 가갸날 행사를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한글 연구와 보급에 앞장서며 우리말의 과학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다. 신민사는 민족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문화단체로, 한글 운동에 힘을 실어줬다. 일반 시민들도 학생, 교사, 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해 한글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었다.
행사 참여자들은 행사의 주제 선정, 프로그램 구성, 홍보 등 행사 전반을 기획하고 준비했다. 한글의 우수성과 중요성에 대한 강연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한글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한글을 소재로 한 노래, 시 낭송, 연극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을 통해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일제 강점기라는 어려운 시기에 가갸날 행사를 개최한 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 글자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또한 일제의 문화 침탈에 맞서 우리 민족의 정신을 결집하고 독립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가갸날 행사를 시작으로 한글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우리말 사랑이 더욱 확산했다. 1928년부터는 '가갸날'이라는 이름 대신 '한글날'로 바뀌어 불리게 됐다. 1940년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견된 후 한글날도 10월 9일로 정착됐다. 하지만 '가갸날'이라는 이름은 우리 민족이 한글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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