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 [역사&오늘]

9월 25일, 스페인 탐험가 발보아 태평양 발견

바스코 누녜스 데 발보아. (출처: Hessel Gerritsz, 삽화(1622),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513년 9월 25일, 스페인 탐험가 바스코 누녜스 데 발보아가 중앙아메리카 다리엔 지협을 넘어 서쪽으로 펼쳐진 광활한 바다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이는 유럽인 최초의 태평양의 발견이다. 유럽인들에게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발보아는 스페인 출신의 탐험가이자 정복자다. 그는 빚을 지고 돈을 벌기 위해 도망쳐 온 이방인이었지만, 파나마 지역에 정착하여 원주민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결국 스페인 왕에게 인정받아 다리엔 지역의 총독이 된다.

발보아는 황금을 찾아 서쪽으로 향하던 중, 다리엔 지협의 정상에 올라 거대한 바다를 발견했다. 그는 이 바다를 '남쪽 바다'(Mar del Sur)라고 불렀으며, 이후 '태평양'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됐다. 발보아는 태평양을 통해 인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태평양은 인도양과는 전혀 다른 바다였다.

발보아의 태평양 발견은 유럽인들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사건이었다. 태평양 지역은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경쟁의 무대가 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스페인을 시작으로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이 태평양 지역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유럽인들은 새로운 질병, 노예제도, 그리고 폭력을 통해 태평양 지역 원주민 사회를 파괴하고,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훼손했다. 많은 원주민이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노예로 끌려갔으며, 그들의 땅은 유럽인들에게 빼앗겼다.

발보아의 태평양 발견은 유럽인들에게는 신세계를 열어주었지만, 태평양 지역 원주민들에게는 큰 비극의 시작이었다. 발보아의 운명도 아름답지는 못했다. 그는 태평양을 발견한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스페인 왕은 발보아가 반란을 일으킬 것을 두려워해 그를 체포하고 처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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