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때문에? 유인촌,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 중 日서 급거 귀국

대정부질문 이전에 잡힌 3국 회의…"외교적 결례, 무게감 우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1일 일본 고베 호텔 오쿠라 고베에서 열린 한중일 관광장관회의 본회의에서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4.9.11/뉴스1

(교토=뉴스1) 김일창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가 끝나기 전에 일본에서 급히 귀국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 위함인데, 국회가 유 장관의 일정을 양해해주지 않아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그중에서도 야당으로 인해 외교적 결례를 범하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12일 오전 일본 교토의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중일 문화관광장관회의' 참석차 일본에 있는 유 장관은 국회 일정으로 오늘 아침 일찍 한국으로 귀국했다"며 "어젯밤(11일) 늦게 일본에 도착한 용호성 문체부 1차관이 오늘(12일) 일정부터 대신 참석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10일에는 한일 관광장관 회의, 11일에는 한중일 관광장관 회의가 있었다. 12일은 한중 문화관광장관 회의, 한일 문화장관 회의,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예정돼 있다.

당초 12일 오후 늦게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던 유 장관이 이날 오전 급히 귀국한 배경에는 오후 국회에서 열리는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있다. 문체부는 유 장관의 일본 일정으로 차관이 참석하는 방향으로 국회와 협의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통상적으로 장관의 국회 불출석은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유 장관의 불참을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정'과 '협의' 시기다. 한중일 문화관광장관 회의가 국회 대정부질문보다 훨씬 전에 잡혔던 일정으로, 문체부는 전날인 11일까지 야당에 협조를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가 모두 이날 다뤄질 예정이었단 점에서 야당의 태도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유 장관은 한중 양자회의에서 비자와 관련한 중국 입국 간소화 문제를, 일본과의 회의에서는 사도광산 문제를 제기하려 했다. 그러나 장관 대신 차관이 참석하면서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에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도 문제이다. 한중일 관광장관회의는 2019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컸지만, 양국 또는 3국의 정치적 배경 등으로 세 나라 장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 장관이 회의를 끝내지 못하고 돌아간 것은 중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엄격한 외교 프로토콜을 져버린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문체부 장관이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도중 국회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중간에 귀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10일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조태열 외교부장관의 대정부질문 불참·출석 사례가 이번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당초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조 장관과 김 장관이 '2024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참석을 사유로 불참을 통보하자 야당이 반발해 예정보다 5시간이 지난 오후 7시에 시작됐다.

조 장관은 오후 7시에 출석했으며 오후 9시30분까지 차관의 대리 출석이 허용됐던 김 장관은 이후에 대정부질문에 참석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11일 일본 고베 호텔 오쿠라 고베에서 열린 한중일 관광장관회의 본회의에서 사이토 테츠오 일본 국토교통대신(가운데), 장정 중국 문화여유부 부부장과 함께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4.9.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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