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우유 한방울의 소중함'

전호제 셰프. ⓒ News1
전호제 셰프. ⓒ News1

(서울=뉴스1) 전호제 셰프 = 우유를 매일 마시다 보니 외출할 때도 보랭 물통에 우유를 넣고 마시는 습관이 들었다. 딸아이에게 우유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니 급식으로 우유가 나오는데 먹지 않고 남는 우유가 많다고 한다.

흰 우유를 마시기 싫었던 어릴 적 기억도 떠올라서 아이들 마음이 이해가 갔다. 다만 우유가 그대로 버려지는 걸 보는 것보다는 새롭게 이용하는 걸 보여주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았다.

요리를 직업으로 하다 보니 재료를 버리는 것은 최대한 줄이면서 일을 배운다. 무엇보다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에 신경을 써야 했다. 우유는 유통기한은 2주, 생크림은 일주일 정도 된다.

육지에서 물건을 받았던 제주도에선 배송받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이러다 보니 실제 생크림은 4~5일 안에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너무 적게 주문해서 동네 마트를 돌아다니면서 부족한 생크림을 수집하던 때도 있었다. 반대로 넉넉하게 주문했는데 장사가 잘 안되면 남아있는 우유나 생크림을 처리하는 게 쉽지 않다.

생크림은 크림파스타의 맛을 끌어올려 주다 보니 다른 재료로 대체하기 어렵다. 그래도 생크림은 500ml 한 통이 5000~6000원이니 손실이 작지 않다.

요즘에는 더치커피 위에 생크림을 가볍게 휘핑해서 올려주는 커피도 인기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케이크도 생크림으로 만들면 훨씬 맛이 있다 보니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러다 보니 생크림을 주문해도 그 수량대로 공급받기가 어려웠다. 명절 전에 확보하지 못하면 유통기한이 길고 공급이 원활한 동물성 휘핑크림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우유로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업장이 많이 생겼다. 목장에서 우유를 이용하여 아이스크림이나 디저트를 만들어 직접 방문객을 유치한다. 목장의 풍경을 즐기는 것도 겸할 수 있어 인기가 생겼다.

그러나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어려움이 있다. 갑작스러운 태풍이 오면 손님이 줄고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 주문한 우유가 재고가 남게 된다. 남는 재고를 사용해 달라는 매니저분의 부탁 전화가 오기도 했다.

이럴 땐 유통기한 전에 끓여서 가공하는 방법이 가장 쉽다. 우유를 끓여서 레몬주스를 넣어 응고시킨다. 이것을 소천에 받쳐서 물기를 빼면 리코타치즈가 된다. 샐러드나 피자 등에 사용하면 된다.

인도식 코타지 치즈는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가열하다가 식초를 넣어 응고시킨다. 마찬가지로 두꺼운 소천 주머니에 넣고 물기를 뺀 후 하룻저녁 무거운 물건 아래 둔다.

이렇게 만든 코타지 치즈는 쫄깃한 식감에 우유의 풍미가 살아 있다. 인도식 시금치커리에 들어가는 이 치즈는 더운 인도에서 우유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우유를 끓여 설탕을 넣어 연유로 만들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연유를 넣은 커피가 유명하다. 연유는 우유의 유통기한을 훨씬 오래 늘려준다.

우유를 끓이거나 설탕을 이용하는 방법은 어려운 방법이 아니니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아이들도 우유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될 듯하다.

우유 급식이라도 우유로 만든 맛있는 연유푸딩, 요거트 등으로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는 것도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우유 급식으로 한 방울 우유의 소중함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shef7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