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의 토끼 처음 본 고구려왕은…역사와 민속 등장하는 토끼 이야기

토끼는 다산의 상징이자 달의 정령…꾀 많은 동물

석암리 219호 석실 출토 칠화살통 원형 은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계묘년(癸卯年)의 주인공은 검은 토끼다. 새해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다채롭게 열리는 세시풍속 행사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토끼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드러난다.

토끼는 장수와 다산의 상징이자 달의 정령이기도 하다. 또한 쫑긋 세운 귀와 큰 눈을 가져 연약하고 선한 동물로 보이지만 영특하고 슬기로운 꾀쟁이의 상징이기도 하다.

토끼가 우리나라 기록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구려 6대 대조왕 25년(77년)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대조왕은 부여국에서 온 사신이 뿔 3개가 있는 흰 사슴과 꼬리가 긴 토끼를 바치자 이들을 상서로운 짐승이라 해서 죄수들을 풀어주는 사면령을 내렸다.

국보 청자투각칠보향로(제공 문화재청)

평양 일대에서 발굴된 석암리 219호 석실 출토 칠화살통 원형 은판에서는 토끼와 두꺼비가 함께 등장한다. 또한 국보로 지정된 고려 청자투각칠보향로를 살펴보면 토끼 세 마리가 향로를 떠받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끼가 다산의 다복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민담에서는 토끼가 달의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 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었다. 계수나무는 아무리 잘라도 잘라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목(不死木)이다.

섬토문수막새(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삼국사기에도 등장하는 '토끼전'에서는 토끼의 간이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등장한다. 별주부는 용왕의 명을 받아 토끼를 잡으로 뭍으로 올라간다. 그는 감언이설로 토끼를 용궁에 데려오는 것에 성공한다. 토끼는 간을 배밖에 내놓았다가 필요할 때만 넣고 다닌다는 얘기로 용왕을 속여 탈출에 성공한다.

광남원 광한루의 토끼와 거북이

토끼의 지혜를 표현하는 말로 '꾀 많은 토끼는 굴이 셋이다'라는 말도 있다. 토끼는 곧잘 평범한 서민이나 백성들로 비유된다. 민담에서는 민중을 상징하는 토끼가 탐관오리를 상징하는 호랑이나 매를 지혜를 활용해 물리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조선후기 민화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