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바다에 잠들었던 귀하신몸…'보물' 고려청자 한자리에

4월 보물 지정된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첫 전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신출귀물 태안 바다의 고려청자' 주제전

2007~2010년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출수된 보물 고려청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07~2010년 충남 태안군 대섬과 마도 해역에서 발굴한 유물 2만9000여점 중 보물로 지정된 12~13세기 고려청자가 한자리에 모인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5일부터 2023년 6월25일까지 충남 태안군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신출귀물(新出貴物), 태안 바다의 고려청자' 주제전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4월 보물로 지정된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한 쌍을 관람할 수 있는 첫 전시이기도 하다.

청자 퇴화문두꺼비모양 벼루.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전시는 3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청자 퇴화문두꺼비모양 벼루'를 만날 수 있다. '퇴화문'은 붓 등으로 유색토를 도자기에 바르고 그림 또는 무늬를 그리거나 새기는 기법이다.

2007년 태안선(고려 배·1131년 추정) 발굴 당시 출수된 것으로 두꺼비가 머리를 들고 다리를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표면에는 흰색과 검은색의 반점이 뚜렷하고 먹을 가는 부분인 '연당'(硯堂)에 알 모양을 음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청자로 제작된 벼루 중 두꺼비 모양은 유일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및 죽찰(왼쪽)과 청자 상감국화모란유로죽문 매병 및 죽찰.(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두 번째 공간에는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및 죽찰'과 '청자 상감국화모란유로죽문 매병 및 죽찰'이 전시된다. 두 매병은 2010년 마도2호선 발굴 당시 출수됐다. 음각 매병 표면에는 연꽃줄기 무늬 등을, 상감 매병은 표면을 6면으로 나눠 각각 국화·모란·버드나무·갈대·대나무·황촉규(아욱과에 속한 한해살이풀) 등을 새겼다.

매병과 함께 발견된 죽찰(글자를 적은 대나무 조각)에는 화물의 수취자(중방 도장교 오문부), 내용물(꿀, 참기름) 등이 기록돼 있어 국내 매병 중 용도가 확인된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중방'은 고려시대 무신정권의 최고 회의기구이며, '도장교'는 정8품 이하의 무관을 뜻한다.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마지막 공간에는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한 쌍이 전시된다. 파격적이고 거침없이 표현된 해학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유물이다.

두꺼비모양 벼루와 함께 태안선 발굴 때 나온 것으로 3개의 발이 달린 몸체와 사자 모양의 뚜껑으로 구성돼 있다.

사자는 매서운 눈매와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으며, 입을 벌린 채 앞발로 보주(寶珠·보배로운 구슬)를 쥐고 앉아있다. 이 향로들은 크기와 모양이 유사하지만 수염의 유무, 색상 등에서 차이가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해당 유물들은 태안선과 마도2호선 발굴 당시 발견된 죽찰, 목간을 통해 제작 시기, 생산지, 소비지, 용도 등이 확인된 유물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cho84@news1.kr